“피고인은 평소에는 순한 양인데 술에만 취하면 이성을 잃고…”
방화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노숙자를 변호하는 이은조(강소라 분) 변호사는 피고인이 ‘심신미약’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에 공동 변호를 맡은 조들호(박신양 분) 변호사는 이를 제지하며 피고인이 범죄를 저지른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 변호사는 “심신미약이 확실하죠. 그날 일도 제대로 기억 못하고 있으니까요”라고 강변한다. 그러자 재판장은 두 사람에게 “의견도 안 맞추고 나왔느냐”며 호통을 친다.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재판 장면이다. 무죄를 받기 위한 변호 전략을 두고 두 변호사가 충돌한 것이다. 이처럼 재판에서 무죄를 받거나 감형을 받기 위해 피고인 측 변호인이 심신장애를 주장하는 경우는 현실에도 종종 있다. 이 같은 심신장애 주장이 인정받는 경우는 5분의 1가량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4~2016년 심신장애와 관련된 형사 1심 사건은 1,597건이며 이를 법원이 인정한 것은 305건이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1항은 심신상실, 제2항은 심신미약이라고 한다. 심신상실은 무죄 사유이며 심신미약은 최대 절반까지 감형될 수 있다. 이는 근대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에 근거한다.
그러나 ‘조두순 성폭행 사건’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등 참혹한 강력범죄에서 주취·정신질환 등의 사유로 심신장애 감형이 이뤄질 때마다 국민들의 공분은 하늘을 찌른다. 다만 ‘PC방 살인 사건’의 김성수는 법무부 정신감정에서 심신미약이 아니란 판단이 나온 상황이다.
이 같은 공분이 이어지자 국회는 심신미약이 인정된다고 무조건 감형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했다. 18일 시행되는 형법 개정안에선 제10조 제2항을 ‘감경할 수 있다’로 변경했다. 즉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음이 인정돼도 판사가 재량껏 감경할 수 있어진 것이다.
심신장애를 인정받기도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대검찰청은 심신상실·심신미약 기준을 유형별로 구체화하는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수사와 공판, 구형에 활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