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20% 가까이 곤두박질치면서 7,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반면 올해 ‘펀드 지옥’ 속에서도 국내외 부동산펀드에는 꾸준히 자금이 모였다. 변동성 장세에서 주식형펀드 환매 자금이 안전자산 격인 부동산펀드로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부동산에 3,005억원, 해외 부동산펀드에 3,937억원 등 부동산펀드에 6,942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는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주식형펀드에 유입된 6,538억원보다 많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올 들어 7,370억원이 빠져나갔다. 부동산펀드에 유입된 만큼의 돈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이탈한 셈이다.
이처럼 펀드시장에서 자금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주식에 적극 투자하는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는 하락장 속에서 환매가 이어지는 반면 부동산펀드는 안전자산 성격에 수익성까지 더해 인기가 높다. 부동산펀드가 투자하는 대형 부동산은 실물이 담보된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 경기 하락기에도 ‘버티면 회복한다’는 심리가 크다. 특히 ‘9·13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은 오히려 부동산펀드에 호재가 됐다. 정부가 대출규제 등으로 실물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산가들이 직접 부동산을 사는 대신 상업형 부동산펀드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국내 8,537억원, 해외 2조1,729억원 등 총 3조266억원으로 이달 들어 첫 3조원 시대를 열었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2017년 1조원 안팎에 불과했는데 불과 2년 새 2조원대로 커졌다. 국내 부동산펀드도 이달 처음 8,000억원대로 불어났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이 1월 말 2,600까지 찍은 뒤 10월 2,000선까지 깨지는 등 내리막을 타면서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 시대가 저물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2012년 70조원 규모였던 국내 주식형펀드가 최근 52조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부동산펀드로 투자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와 해외 부동산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2.41%, 5.71%다. 국내 부동산펀드의 2년 수익률은 18.86%, 3년 55.51%에 달한다. 올 들어 -18%대로 급락한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운용사들도 부동산펀드로의 발길이 빨라지고 있다. 부동산펀드 전문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9월 처음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슬레 본사 사옥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내놓은 데 이어 10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투자하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2탄을 연이어 내놓았다. 이 펀드는 대출을 포함해 총 9,000억원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중심지에 위치한 랜드마크 빌딩에 투자한다. 운용사 창구에서도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펀드를 출시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운용사 고위관계자는 “국내 주식형펀드는 연 3%짜리 은행예금 이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반전의 기회를 못 잡고 있다”며 “반면 자산가들은 올 들어 종합부동산세, 대출규제 강화 등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면서 실물부동산 대신 부동산펀드에 너도나도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