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인권침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즉각적인 중단과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7일(현지시간)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채택됐다. 유엔총회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합의)로 채택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14년째다.
북한인권결의안은 지난달 15일 유엔총회에서 인권을 담당하는 제3위원회에서 전원합의로 통과됐고, 이날 유엔총회 본회의에 그대로 다시 채택됐다.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2016년, 2017년에 이어 올해 5번째다.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부정적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결의안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유엔주재 유럽연합(EU)·일본 대표부가 주도적으로 회원국들의 의견을 종합하며 작성했다. 우리 정부는 2008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으며 올해도 총 61개 공동제안국의 일원으로 결의안 채택에 나섰다.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반발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결의안에 언급된 인권침해 사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몇몇 탈북자들에 의해 조작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의안을 주도한 일본에 대해서도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일본이 인권을 언급하는 것이 놀랍고 우려스럽다”고 비난했다.
올해 결의안은 북한 내 인권 상황에 특별한 진전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큰 틀에서 지난해 결의안의 기조와 문구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결의안은 “북한에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진행되고 있다”고 규탄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강제수용소의 즉각 폐쇄와 모든 정치범 석방, 인권침해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책임규명 등을 촉구했다. 또한 2014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에서 지적된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적법절차 및 법치 결여,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열거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결의안은 COI의 결론과 권고사항을 거론하며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인도에 반하는 죄에 ‘가장 책임 있는 자’를 선별적으로 제재 등을 검토하고, 책임규명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결의안은 또 COI가 북한 지도층(leadership)에 인도에 반하는 죄를 막고 가해자 기소 및 사법처리 보장을 촉구한 점도 상기했다. ‘가장 책임 있는 자’와 ‘북한 지도층’은 사실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의미한다. 북한 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는 것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이 결의안에 담긴 것은 2014년부터 5년 연속이다. 결의안은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토의를 계속할 것을 권고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선,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의 ‘2년 이내에 (북한으로) 귀환 조치토록 한다’는 내용을 그대로 반영했다.
올해 결의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조성된 북한과의 대화·협상 흐름을 환영한다는 의미다. 또 남북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주목하고, 2018년 8월 남북 이산가족상봉 재개를 환영하며,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환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결의안에서 권고한 안보리의 북한 인권에 대한 토의는 무산됐다. 북한 인권 토의를 안건으로 하는 안보리 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절차 투표’에서 전체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총 9개국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이 8개국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결국 회의 소집 요청을 철회했다. 북한 인권 토의 무산은 5년 만이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