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가수 아이유와 소속사 카카오M은 ‘아이유 10주년 콘서트’를 앞두고 매크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카카오M과 티켓 판매처인 멜론티켓은 매주 아이유 팬카페에 매크로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예매자와 티켓 정보를 공개했다. 팬들의 신고로 온라인상에서 웃돈을 붙인 암표를 판매하는 부정거래자도 걸러냈다. 소속사 측은 이들이 본인 인증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매크로를 돌린 것으로 간주하고 해당 예약 티켓을 취소했다. 팬클럽 회원일 경우 팬클럽에서 영구 제명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아이유 팬카페에 공개된 매크로 의심 계정을 확인한 결과 189개 아이디가 매크로 계정으로 적발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매크로 편법 예매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10주년 콘서트인 만큼 어느 때보다 예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일반 예매자들이 매크로 이용자들 때문에 예매에서 밀리거나 이들이 되파는 표를 비싸게 사는 일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댓글 조작으로 파문을 일으킨 ‘드루킹’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드루킹이 사용한 핵심기술인 매크로가 사회 곳곳에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티켓 예매나 수강신청 등 개인의 편의를 위해 매크로를 사용하는 것은 이미 옛일이 됐다. 주가조작으로 부당이익을 취하거나 가짜 여론을 만들어내는 등 악용 수법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매크로 자체는 동일작업을 반복하는 단순한 기술이지만 쓰임에 따라 불법과 합법을 오간다. 문제는 매크로가 불법으로 이용될 경우 이를 제재하고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드루킹 역시 매크로를 사용해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을 조작했지만 정보통신망법이 아닌 업무방해죄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사이트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하고 전산상의 문제가 발생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업체가 이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매크로 프로그램은 업무상 보편적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방법이지만 제재가 없는 틈을 타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사회 각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탐사기획팀=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