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지역 SOC 사업 정치화를 경계한다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한 것은 여러모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그러지 않아도 이런저런 예타 면제 규정으로 국민 혈세가 줄줄 새는 판인데 아예 제도적으로 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모자라 예타 통과조차 용이하게 바꾼다고 한다. 국가 재정이 화수분이 아닌데도 이런 식으로 국책사업을 무턱대고 진행해 훗날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 앞선다.


예타 조사는 공공투자에 앞서 그 사업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제도로 총사업비 500억원이면서 재정투입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대상이 된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을 고쳐 이런 기준을 각각 1,000억원과 500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예타 조사도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지역 균형발전이나 사회적 가치가 높으면 관문을 넘도록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예타 조사는 사실상 무력화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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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행 제도가 1999년 도입 이후 20년 지나도록 우리 경제의 볼륨이 커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경제규모가 3배쯤 커졌으니 전혀 일리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국가 정책상 필요하다면 예타를 회피하는 통로가 수두룩하다. 국가재정법은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정책으로 필요한 사업에 대해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절차가 간단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도장만 찍으면 그만이다. 굳이 법률까지 개정하는 노력과 비용을 들이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예타 제도가 유명무실화하면 지역 SOC 사업은 정치적 의사결정만으로 방만·졸속 추진될 가능성이 짙다. 지역 숙원사업이 단기적으로는 지역 활성화에 보탬이 되지만 훗날 혈세만 삼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지방 국제공항과 새만금 개발, 4대강 사업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견제장치가 무장해제된 채 정치적 셈법으로 마구 일을 벌인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경제활력 제고와 체감경기 회복이 시급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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