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실내 일산화탄소(CO) 경보기 설치를 위한 법률 차원의 법제화 시도가 아예 없었다. 지난 2012년 경기 고양시의 한 빌라에서 일가족 3명이 일산화탄소로 사망하고 2014년 전북 남원에서, 올 4월 전남 순천에서 투숙객들이 중독증세를 보인 바 있지만 국회나 정부는 법안 마련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기준과 법령이 없다 보니 숙박업 종사자들도 안전불감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 등의 선진국은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점검을 보장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한 규정도 문제다. 도시가스 사업법 및 액화석유가스(LPG)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 등은 가스 공급자로 하여금 대체로 연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도시가스 공급업체들은 보통 1년에 2회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LPG 충전 및 판매사업자들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 규정부터가 복잡하다. △체적판매방법으로 공급하는 경우는 1년에 1회 이상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가 설치된 시설에 공급하는 경우는 3년에 1회 이상 등이다. 이외에 1년에 1회 이상, 6개월에 1회 이상 점검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이 규정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일쑤라는 점이다.
‘사후약방문식’으로 만들어진 규칙과 ‘부처 간 칸막이’ 법제화도 이번 참사가 인재일 수밖에 없는 주된 요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불과 3개월 전인 9월 야영장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2015년 3월 강원도 글램핑장 화재 등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안전기준을 계속 강화해온 결과다. 이 규칙은 이달 법제처의 심사를 거쳐 내년 1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문화부는 법 적용 대상을 야외시설에만 국한했다. 펜션을 포함해 게스트하우스 등의 숙박시설 영위는 농어촌민박업으로 분류돼 문화부의 관할 업종이 아닌 까닭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대상이다. 그나마 이뤄진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법제화도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반쪽짜리였던 셈이다. /송종호·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