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사진)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미국민이 지원물품을 전달하고 국제적 기준의 검증을 위해 북한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의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뜻인 동시에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대북 메시지로 해석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취재진을 만나 “다음 주 워싱턴에 돌아가면 민간이나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활동하는 많은 인도적 지원단체들이 엄격한 대북제재로 적절한 지원이 종종 지연된다고 우려하는 점을 알고 있다”며 “내년 초 미국 지원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지원을 확실히 보장할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자국민의 북한여행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대북 지원단체들의 활동이 제한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위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건 대표가 인도적 지원에 한정 되긴 하나 즉석 발언이 아닌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통해 제재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상당히 주목 되는 행보다. 또 비건 대표가 입장 발표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지시’ 임을 강조한 점 역시 의미심장하다. 미국의 제재 고수를 이유로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이 같은 입장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에 관심이 쏠린다.
비건 대표는 이날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우리 측과 비핵화·제재 문제를 동시에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과 20~21일 연속으로 만나 한미 북핵 수석대표협의, 한미워킹그룹 2차 회의를 진행한다. 지난 10월 방한 당시처럼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면담한다. 한미 공조와 관련된 청와대 관계자와의 만남 역시 예정돼 있다.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이산가족 화상 상봉, 남북 국제항공로 신설 등 남북 협력사업을 제재의 틀 안에서 논의하는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북미 물밑접촉 진행 관련 상호 정보교환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북미 대치상황은 쉽사리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우리 목표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이 약속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지난 18일 저녁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아직 비핵화는 본격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내년 2~3월이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방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결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미국이 움직인 것만큼 조선도 움직인다는 비례의 법칙은 바뀌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