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리딩금융그룹 수성과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50대를 대거 발탁했다. 특히 신임 KB증권 사장에는 박정림 KB금융 부사장이 내정되면서 증권업계 최초로 여성 CEO가 탄생했다.
19일 KB금융은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박 부사장과 김성현 KB증권 투자은행(IB) 총괄 부사장을 KB증권 각자 대표에 내정했다. KB캐피탈대표에는 황수남(1964년생) KB캐피탈 전무, KB부동산신탁에는 김청겸 국민은행 지역영업그룹대표가 각각 내정됐다.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 계열사는 7곳으로 이 가운데 증권·캐피탈·부동산신탁·데이타시스템 등 4곳의 CEO가 교체됐다. 다만 데이타시스템 CEO는 추가 절차를 통해 내정할 예정이다.
박 내정자는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1986년 체이스맨해튼 서울지점에 입사한 뒤 조흥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삼성화재 자산리스크관리부 부장 등을 지냈다. 증권업계서는 첫 여성 CEO 기록을 갖게 됐다. 2004년부터 KB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시장운영리스크 부장, 자산관리(WM) 부문 본부장, 여신그룹 부행장, KB금융 WM총괄 부사장 등을 맡았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성현(1963년생) 내정자는 30년 넘게 기업금융 업무를 맡은 ‘IB 통’으로 KB증권이 추진 중인 초대형 IB 사업을 지휘하게 됐다. KB증권은 앞으로 WM 부문은 박 내정자가, IB 부문은 김 내정자가 각각 맡게 된다.
KB캐피탈에는 황수남 KB캐피탈 전무, KB부동산신탁에는 김청겸 국민은행 지역영업그룹대표가 내정됐다. 황 내정자는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KB차차차 등 온라인 플랫폼 개발 및 운영 경험을 통해 온·오프라인 시장을 접목할 수 있는 실행력을 인정받았다. 김청겸 내정자는 1962년생으로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여신 마케팅 및 심사, 구조조정,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업무 경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주요 계열사 CEO에 50대를 전면에 배치한 것은 리딩금융그룹의 위상을 다지겠다는 윤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젊은 피를 수혈하는 등 ‘젊은KB’ 실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관측이다. 윤 회장은 내년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보험·카드 등 핵심 계열사들이 업권 내 톱티어(Top-Tier) 지위에 올라서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국민은행을 앞세워 리딩금융그룹의 자리를 탈환한 데 이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달성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디지털 트렌드와 저성장 구조 속에서 지속 성장이 가능한 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혁신적이고 실행력 있는 리더그룹 형성에 중점을 두고 CEO 후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