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자기장, 이제 ‘각도’로 잰다

KRISS, 차세대 메모리 실현의 핵심인 자기장 측정 기술 개발

KRISS 스핀융합연구팀 황찬용(사진 왼쪽) 책임연구원과 문경웅(〃오른쪽) 선임연구원이 자기장 측정을 위한 현미경을 조정하고 있다. 사진제공=KRISSKRISS 스핀융합연구팀 황찬용(사진 왼쪽) 책임연구원과 문경웅(〃오른쪽) 선임연구원이 자기장 측정을 위한 현미경을 조정하고 있다. 사진제공=KRISS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스핀융합연구팀 황찬용 책임연구원과 문경웅 선임연구원이 현존 기술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류에 의한 자기장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자성물질에 전류와 자기장을 동시 인가했을 때 물질의 자화(magnetization)상태가 특정한 각도(angle)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학계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이 각도를 통해 전류가 발생시키는 자기장의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차세대 메모리의 효율을 측정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자기저장매체인 하드디스크는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디스크를 회전시켜 디스크 속 자구들을 배열하지만 처리 속도가 느리고 에너지 소모가 크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신개념 기술 ‘자구벽 메모리’는 디스크는 고정시킨 채 자구의 위치만 이동시킬 수 있어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자구의 이동은 자성물질에 직접 전류를 흘려줌으로써 발생하는 힘에 의해 일어나는데, 이 힘의 크기가 곧 메모리의 효율과도 같다. 따라서 힘의 크기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 값은 전류가 발생시키는 자기장의 크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자기장의 크기를 측정하기 위해 기존에는 얇고 긴 선 구조의 1차원 자성 박막에 전류를 흘려보낸 다음 자구의 속력 차이를 비교했다. 속력을 구하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별도의 연산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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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 스핀융합연구팀은 수백 나노미터 수준으로 얇았던 선 구조의 폭을 밀리미터 수준까지 넓혀 면 구조를 만들었다. 연구의 영역을 1차원에서 2차원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차원이 확장됨에 따라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수들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자화상태의 경계선이 가지는 각도로 자기장의 크기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제 전류에 의한 자기장은 기존의 번거로운 방법이 아닌 단순한 구조 이미지 한 장으로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수직 및 수평방향의 외부 자기장을 가하여 자구 경계의 각도 변화를 관찰, 최근 자성분야의 대형 이슈인 쟐로신스키-모리야 작용(DMI) 등의 물성 수치를 구하는 방법 또한 제시했다.

KRISS 문경웅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차세대 저장기술로 주목받는 자구벽 메모리 등 다양한 소자의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측정기술로 부상할 것”이라며 “기존 연구와 방식 자체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수많은 추가 연구 결과들이 출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찬용 책임연구원은 “이 기술은 차후 전자의 자기적 성질을 전자공학에 이용하는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산업에서 자기장 측정표준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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