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민연금 '5년에 보험료율 1%P 인상' 해볼 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간담

"정치적 이해로 20년간 못올려

정권 임기 맞춰 단계적 인상

현행안 유지하는건 개혁 아냐"

박능후(왼쪽 두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경제DB박능후(왼쪽 두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경제DB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제도개편 방향에 대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는 게 필요하다는 선에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년째 9%로 고정된 보험료 인상을 더 미루면 안 된다는 소신을 밝힌 것이다. 특히 보험료를 5년마다 1%포인트씩 올리자고 제안한 정부안을 놓고 “(5년마다 정부가 바뀌면 여야가) 책임을 분담하기 때문에 해볼 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부담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정권 임기인 5년 단위로 보험료율을 올려가자는 얘기다.

박 장관은 20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연금개혁의 목표는 노후소득을 안정시키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국민연금 개편방안 4가지를 담은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1·2안은 오는 2028년까지 40%로 떨어지게 돼 있는 소득대체율과 현재 9%인 보험료율은 그대로 두고 기초연금만 손본다. 3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고 보험료율은 2021년부터 5년마다 1%포인트씩 올려 2031년 12%까지 총 3%포인트 인상한다. 4안은 소득대체율을 2021년까지 50%로 인상하고 보험료율은 2036년까지 13%로 총 4%포인트 올린다. 3·4안 모두 ‘5년마다 1%포인트씩’ 올리자고 했다.


박 장관은 이렇게 설계한 이유에 대해 “여야가 (보험료 인상을) 서로 미루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동일한 정치집단도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주장이 180도 다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라며 “야당은 더 높은 보험료를 요구하고 여당은 그런 정치적 부담을 안 지기 위해 차일피일 미룬다. 그런 정치적 과정이 20년을 끌어오면서 보험료율을 올리지 못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소득의 3%에서 시작해 1998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9%에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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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5년마다) 1%포인트씩 부담을 나눠 가지면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컷 논의만 하고 싸우기만 하고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을 시행하자는 입장에서 가장 간절한 마음”이라며 보험료 인상의 첫발을 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0~15년에 걸쳐 보험료가 인상되면 국민들도 ‘절대 못 올린다’는 저항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이렇게 전통을 한 번 만들어놓으면 (이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 두자릿수 트라우마’를 깨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박 장관은 현행유지안에 대해 “개혁하겠다면서 원안을 그대로 두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안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 “국민 절반 가까이가 막연하게나마 바라기 때문에 그 안 자체가 없으면 국민연금 개편안을 무조건 비판한다”며 “국민이 자기 생각의 타당성을 비교·검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대체율을 함께 올리면 미래 보험료는 결국 12~13%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고도 했다. 박 장관은 “(3·4안처럼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보험료는 12%까지만 가면 안 된다”며 “미래에 10~15년 간격을 두고 또 2차 인상시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너무 큰 수치(인상폭)를 미리 보여주면 정치적인 저항과 국민 반발에 부딪힐 것을 우려해 ‘먼 그림’은 살짝 묻어두고 당장 해야 할 것만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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