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 '가족' 법 개념에 '사실혼' 넣는다

여성가족부 2019년도 업무계획

건강가족법상 '가족'에 사실혼 포함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금지도 담아

다른 법과 상충 가능성은 여전

정부 "입법과정서 논의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19 여성가족부 업무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19 여성가족부 업무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사실혼 가구를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여성가족부는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2019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해 ‘가족’의 법적 정의에 동거 가구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규정하는데 여기에 ‘사실혼’이라는 문구를 넣어 동거가구를 법적 가족 범위에 넣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7일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법 개정안을 참고해 건강가정법 명칭을 ‘가족기본법’으로 바꾸고 혈연과 입양을 넘어 사실혼 개념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동거가구에 관한 공식 통계조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학계는 국내 혼외출산율 2%를 기준으로 동거가구를 40만 가구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또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통합을 위하여 기능할 수 있도록 유지·발전돼야 한다’는 현행법상 가정의 기본이념(건강가정법 2조)을 ‘누구든지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며 가족구성원이 서로 존중하고 부양·양육·가사노동 등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이뤄야 한다’고 수정해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 내용을 담는다. 여러 형태의 가족들이 더 쉽고 빠르게 정부 도움을 받도록 가족전용상담정보체계(‘가칭’ 가족콜)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정신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은 “기존 법이 가정을 혈연과 혼인, 입양으로만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혼 개념을 넣어 확장하려고 한다”며 “기본 이념을 개정해서 가족의 형태로 차별받지 않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 관계를 이루는 방식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은 여성가족부가 신설하는 가족정책위원회가 추진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센터도 ‘가족센터’로 명칭을 변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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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에서 동거 가구를 법적으로 인정하려는 최초 시도지만 다른 법과의 충돌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피부양자를 지정하거나 건물을 임차하는 경우, 출산휴가를 쓰는 경우 등 현행법상 가정 주체가 대부분 법적 가구로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나 상속자 지위를 규정하는 민법에서도 동거가구는 법적 가정에서 빠진다. 이 정책관은 “입법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될 걸로 예상한다”며 “현재 여러 부처끼리 협의 중이며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민간부문에 여성 고위직을 늘리기 위해 ‘여성고위관리 목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은 구체적 성평등 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 정도를 평가하고, 민간 기업은 업무협약을 맺어 자발적으로 여성 고위직 비율을 높이도록 장려하는 제도다. 대규모 공적기금을 투자할 때도 평가기준에 ‘여성대표성’ 항목을 대폭 반영하기로 했다.

이건정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여성 대표성을 제고하는 기업에 국가 투자를 늘린다거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가족친화인증기업 3,000여 곳에 자잘한 혜택이 있는데 이를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우리 사회의 성차별 문화를 해소하고 여성폭력 대응력을 높여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부모·다문화 가족 등 어려움을 겪는 가정도 지원을 확대하고 가족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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