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부터 시행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개정안에 따라 도입되는 표준 감사시간제도를 두고 한국공인회계사회(회계사회)와 재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회계업계는 낮은 감사비용과 시간으로 회계 투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이러한 입장이 외부감사법 개정에 반영돼 감사시간 기준을 정하는 표준 감사시간제도 도입으로 이어졌다.
20일 회계사회는 외부감사 대상 회사를 6개 그룹으로 나눠 표준 감사시간을 산정하는 방안을 담은 표준 감사시간 제정안 초안을 발표하고 내년 1월11일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는 “제도 제정을 위한 법정기구인 심의위원회의 심의 없는 초안 발표는 외부감사법 위반 소지가 크고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과도한 표준 감사시간 설정으로 기업의 부담 심화가 예상된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의 요구사항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과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회계사회의 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공동 입장을 내놓았다.
회계사회의 초안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회사는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개별기준 2조원 이상 및 연결기준 5조원 이상 상장사(그룹Ⅰ) △상장사 중 그룹Ⅰ과 코넥스를 제외한 일반 상장사(그룹Ⅱ) △ 1,000억원 이상 비상장사 및 코넥스 상장사(그룹Ⅲ) △500억~1,000억원 비상장사(그룹Ⅳ) △ 200억~500억원 비상장사(그룹Ⅴ) △200억원 미만 비상장사(그룹Ⅵ)로 구분된다. 회계사회는 상장사에는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하고 비상장사로 구성된 그룹Ⅳ∼Ⅵ에 대해서는 시행 시기를 1~3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룹별로 차이가 있지만 표준 감사시간 도입으로 감사 시간이 현재보다 대략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협 등 4개 단체는 개별 기업의 특성을 보다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업종 및 기업 규모를 반영해 적용 단위를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2~3년간의 시범 적용 기간을 비롯해 감사인이 제시하는 표준감사시간이 적절한지를 기업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