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전환을 놓고 문재인 정부 내부에서 ‘프레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현실을 직시하자”며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정책의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눈을 홉뜨고 ‘소득성장은 절대 선(善)’이라며 밀어붙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현철 경제비서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이 대표적으로 교수와 시민단체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른바 혁신성장과 규제 완화를 앞세운 ‘비둘기파’, 소득성장과 공정경제에 방점을 찍은 ‘매파’ 간 경제노선 투쟁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은 문 대통령 지지율로도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긍정평가는 45%였던 반면 부정평가는 46%를 기록해 처음으로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20일 기자단 송년회에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소득성장이 지속 가능한 형태로 더 강화됐다고 평가해야 한다”며 “소득성장 기조를 전환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윤종원 경제수석이 지난 8월 “재벌개혁이 상당히 진전됐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과장되게 말했다고 생각한다”며 통박을 줬다. 김현철 경제보좌관도 같은 날 포용국가 심포지엄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2019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와 더불어 3축 기조가 수정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과 가계·국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란스러워한다. 2004년 참여정부 때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참모진 간 노선갈등이 오버랩되면서 기시감(旣視感)이 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위원장과 김 비서관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입장발표 이틀 만에 나온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문 대통령은 18일 산업과 경제정책에 대해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 “국민의 비판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 쓴소리를 쏟아냈지만 이념으로 중무장한 관료와 참모들은 막무가내다. 현실에 맞게 이념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 옳은데 이념의 틀에 현실을 끼워 맞춰야 한다며 몽니를 부리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생산현장에서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계도기간 종료 등으로 “버틸 재간이 없다”며 곡(哭)소리가 나오는데 고용부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민생경제는 없고 화석화된 이념만 똬리를 틀고 있다. 문 대통령이 17일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해야 하고 국민 공감 속에서 추진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문 대통령의 추상같은 명령이 참모와 관료들이 공고하게 만들어놓은 이념의 벽에 부딪혀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프레임 다툼이 매파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 내년 초 예상되는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서 투자 활성화, 규제 완화 등 성장을 얘기하는 인물들을 중용해 관성이 된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 경제정책의 균형과 견제가 필요하다. 이념으로 짠 그물로 실용이라는 바람을 잡을 수는 없지 않은가.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