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재고 증가, 경기 침체" VS "데이터 센터 20개, 5G 투자 대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 어떻게 될까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서울경제DB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서울경제DB



삼성전자가 내년 1·4분기까지 실적 약세를 예고한 가운데 최근 마이크론 분기 실적도 기대를 밑돌면서 메모리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도 메모리 업체에 대한 목표주가를 내리면서 눈높이를 낮추라고 주문하는 상황이다. 업황에 부정적인 쪽에서는 △서버 과잉 투자로 인한 재고 증가 △스마트폰·PC 수요 부진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일정 지연 등에 주목한다. 반면 우려가 지나치다는 부류에서는 △5G 등 인프라 투자 수요 △AI 서버 등 고수익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전환 △인텔의 새 CPU 플랫폼 출시에 따른 투자 수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 사이 공감대가 있다면 업황이 가파른 하락과 빠른 회복을 띠는 ‘V형’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빠르면 내년 1·4분기, 늦어지면 2·4분기가 저점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장 큰 변수”라고 짚었다.

◇최근 2년간 초호황에 따른 조정 장세 진입=호황일 때는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몰린다. 그 결과 칩 출하량이 늘어 시장이 커진다.


그런데 호황이 꺾이면 메모리 가격이 빠져도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다. 금액 기준으로 시장이 쪼그라든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가격 줄다리기도 본격화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칩 메이커들은 가격 방어를 위해 생산을 줄이고 스마트폰·PC 업체 등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칩 구매를 미루고 사더라도 소량으로 매입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이 이와 흡사하다고 말한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등 칩 고객사들이 계속되는 가격 하락에 칩 구매를 미루면서 가격 협상 단위도 분기에서 월로 바뀌고 있다”며 “내년 연간 D램 가격 하락 폭 추정치도 기존 16%에서 30%로 늘렸다”고 말했다.


메모리 수요 부진은 기본적으로 최근 2년간의 초 활황 장세에 근거한다. 메모리 시장은 지난 2017년에 60% 이상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30% 넘게 커질 전망이다. 2년 새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50% 수준까지 치솟았다. 올해의 경우 데이터 센터 확충 경쟁이 일면서 서버 투자가 크게 늘었다. 실제 서버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최근 2년 새 130%나 올랐다. D램에서 서버용 비중도 같은 기간 9%포인트가량 증가해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클라우드 사업과 관련한 기업들의 재고도 5.2주로 상승해 최근 서버 D램 주문 물량도 주는 추세다. 스마트폰은 내년 역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안 좋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애플, 삼성전자 할 것 없이 신제품 판매가 부진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재고 증가 등에 따른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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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아닌 하락 장세…장기에 걸친 급격한 내림은 없어=전문가들은 실적이 나빠져도 이전 호황 때보다는 여전히 뛰어난 실적을 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기대수준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과거 불황 수준의 실적을 예상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만 해도 2016년 3조 3,00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2017년 13조 7,000억원, 올해 22조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내년 영업이익으로는 18조원이 예상된다. 이를 두고 불황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증권 시장의 메모리 업체에 대한 보수적 평가는 이익의 방향성 때문이지, 메모리 엔진 자체는 여전히 뜨겁다는 얘기다.

시장 상황도 비관 일색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92개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20개 도시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상태다.

5G 투자, 인공지능(AI) 서버 등도 새 수요처로 꼽힌다. 이런 투자가 모두 인프라를 까는 것이라 속성상 기업 간 투자 경쟁이 일기 쉽다. 주도권 잡기가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노 센터장은 “서버의 연간 출하량은 1,500만대로, 스마트폰(15억대)·PC(3억대) 등과 비교하면 작지만, AI 서버의 경우 1대당 640GB가 달리고 가격도 일반 서버보다 20% 비싸다”며 “삼성·하이닉스 등 선두업체들이 이런 고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요 증가에 따른 메모리 시장 성장도 봐야 하지만 그 안에서 질적 변화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시황을 가늠할 최대 리스크로 거시경제를 꼽는다. 내년 중국의 푸젠진화반도체 등이 D램을 생산해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염려가 있지만, 아직 국내 업체의 적수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 업계의 한 임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가 예상보다 클 경우 내년 하반기에도 가격 조정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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