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산에서 내려온 ‘한은寺’

민감한 노동 이슈 목소리 커져




민감한 경제현안에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아 ‘절간’ 같다는 비판을 듣던 한국은행이 최근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로 꼽히는 고용과 관련해 최근 보고서를 쏟아냈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과도한 정규직 보호를 꼽은데 이어 이달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더니 현 정부의 아킬레스 건인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까지 짚고 있습니다.

한은 경제연구원이 이달 들어 발표한 ‘BOK 경제연구’ 보고서는 유독 고용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BOK 경제연구’는 주요 경제 현상과 정책효과에 대해 한은 직원 혹은 연구용역의 결과를 학술논문 형태로 수록하는 책자인데요, 발간 전 한은 내부의 엄격한 심사를 거칩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공개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대응’은 정부의 ‘안정유연성’ 모델이 지속하기 어렵고, 공공부문 고용 확대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이중구조를 완화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1980년 1.1배에서 2014년 1.7배로 확대되는 등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하며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부가 이를 해소한다며 선(先)안정, 후(後)유연성 대책을 펼치는데,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와 고용 감소의 잠재적 가능성을 지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또 공공부문 고용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민간 대기업의 대규모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이중구조 격차 완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역대 최저임금 인상률역대 최저임금 인상률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 2건은 모두 최저임금을 주제로 했는데요, 특히 서울경제신문이 초안을 입수해 보도한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인건비 상승으로 비정규직이 늘고 저소득 근로자의 노동시간과 급여가 줄어든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방침에 한은이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이어서 적잖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한은은 지난달 23일에도 ‘청년 실업의 이력 현상 분석’에서 정규직 보호 정책이 강화될수록 청년 실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엇갈린 시각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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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최근 부쩍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한은사가 산에서 내려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수동적인 모습을 절에 빗대 “요즘 한은이 절간 같다고 한은사라는 지적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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