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크리스마스 앞두고 유럽 휩쓰는 테러 공포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인근의 개트윅 국제공항에서 드론 출현으로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자 수많은 승객들이 바닥에 앉은 채 비행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런던=EPA연합뉴스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인근의 개트윅 국제공항에서 드론 출현으로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자 수많은 승객들이 바닥에 앉은 채 비행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런던=EPA연합뉴스



성탄절을 앞둔 지난 19일 오후 9시(현지시간) 런던에서 남쪽으로 45㎞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영국에서 2번째로 큰 공항인 개트윅(Gatwick) 국제공항 활주로 부근에 드론 2개가 나타나자 공항 당국은 패닉에 빠졌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휴가를 즐기기 위해 공항에 수 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드론을 이용한 항공기 테러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앞서 지난 11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 공포감이 아직 남아 있는 점도 공포감을 극대화 시켰다.

공항측은 즉각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을 중단했고, 경찰과 군을 동원해 드론 조정자 찾기에 나섰다. 다음날 오전 3시에 다시 활주로를 개방했지만 드론이 또 다시 나타나자 45분 만에 활주로를 폐쇄했다. 이후에도 공항 부근에 드론이 수십 차례 모습을 드러내자 이날 개트윅 공항으로 향하던 수십대의 항공기가 맨체스터 등 영국의 다른 공항이나 파리 등 유럽 주변국 공항으로 기수를 돌렸고 다음 날에도 개트윅 공항에는 760여대의 비행기가 이착륙할 예정이었지만 대부분 취소됐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분주한 공항인 게트윅 공항은 20일 하루에만 11만5,000명이 이 공항을 거쳐 휴가지를 향할 예정이었지만 대부분 발이 묶이면서 수만명의 휴가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2016년 12월 20일(현지시간) 한 경찰관이 전날 발생한 트럭 테러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2016년 12월 20일(현지시간) 한 경찰관이 전날 발생한 트럭 테러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유럽에 테러 경계 주의보가 내려졌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총기 테러가 발생하는 등 유럽 각국에서 여러 테러 징후가 발견되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크리스마스 연휴에 여행객들이 몰리는 기차역과 공항을 비롯해 주요 관광지와 종교 시설에 경찰과 군인을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개트윅 공항이 드론 출현에 즉각 공항을 폐쇄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럽 전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노린 테러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일 독일의 일간지인 타게스슈피겔과 빌트 등 현지언론들은 독일 연방 경찰이 14개 주요 광항에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독일 공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 모의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독일 경찰은 슈투트가르트 공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인 아랍계 남성들이 두 차례에 걸쳐 테러를 위해 사전 답사를 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이들이 최근 공항 터미널에서 공황 건물 사진을 찍는 모습이 공항 감시 카메라에 그대로 찍혔다. 경찰은 이들의 행동이 테러를 모의하기 위한 사전 답사로 보고 관련 용의자 4명을 쫓고 있다. 이들 중 2명은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에서도 건물을 촬영해 프랑스 경찰에 추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앞서 독일 경찰은 전날 만하임 등 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급습해 테러 모의 혐의를 받고 있는 3명을 체포하고 이들이 가지고 있던 자동화 무기와 탄환을 압수했다.

독일 당국은 또 모로코 정보기관으로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가 독일과 프랑스 국경 인근의 한 공항에서 자살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 테러 단체는 지난 2016년 베를린에 있는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트럭 돌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테러로 12명이 사망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지난 7일 열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행사/바티칸=EPA연합뉴스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지난 7일 열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행사/바티칸=EPA연합뉴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아직까지 테러 공격을 직접 당한 적이 없는 이탈리아에서도 성탄절 테러 징후가 포착되면 이탈리아 국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17일 이탈리아 대터러 당국은 지난 13일 붙잡힌 20세의 소말리아인에 대한 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남성이 크리스마스에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을 폭파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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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공개한 도청자료에서 이 남성은 “성당이 꽉 차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이탈리아의 모든 성당에 폭탄을 설치하자”며 “가장 큰 성당이 어디에 있지? 로마에 있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런 내용을 고려해 체포된 남성이 크리스마스에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테러를 저지르려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당국은 체포된 이 소말리아인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소말리아 지부와 연결고리가 있으며, 이 조직의 조직원들과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아직 까지 테러 공격을 직접 당한 적이 없는 이탈리아는 이번 사건과 최근 몇 년 동안 극단주의자들이 이탈리아를 테러 공격을 준비하는 근거지로 삼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내무부 관계자는 17일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등이 참석한 국가안보회의 직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테러 이후 대폭 강화된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특히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여행객들이 몰리는 기차역과 공항을 비롯해 주요 관광지와 종교 시설에 경찰과 군인을 추가 배치하는 등 집중 경계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11일(현지시간) 총격사건으로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FP연합뉴스11일(현지시간) 총격사건으로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FP연합뉴스


앞서 지난 11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구도심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테러위험인물 리스트에 등재돼 경찰의 감시를 받아오던 셰리프 셰카트의 총격 테러로 지금까지 5명이 사망했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도주했던 용의자는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이 사건의 여파로 유럽 주요 도시들은 크리스마스 시장 등에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유럽 대부분 도시에서 11월 말부터 12월 하순까지 열리는 크리스마스 시장은 연중 행사 가운데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벨기에 브뤼셀 시 당국은 12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그랑플라스와 그 주변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열리는 ‘윈터 원더스(Winter Wonders)’ 행사와 크리스마스 시장 등에 경찰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지난 2016년 베를린 트럭 돌진 테러 이후 크리스마스 시장 주변에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한 네덜란드 역시 치안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추가 조치를 하는 등 테러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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