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공장 부지의 특별물량 신청을 추진한다.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묶여 대규모 부지를 추가 확보하지 않는 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불가능한 탓이다. 과거에도 수도권 규제 벽에 부닥칠 때면 정권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풀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와 같은 사례를 준용하겠다는 것이다. LG필립스(현 LG디스플레이)의 파주LCD산업단지, 삼성전자의 고덕산업단지, LG전자의 진위산업단지 등이 대표적인데 용인 클러스터의 입지 해결은 문재인 정부가 최근 보이고 있는 경제정책 전환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23일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수도권정비위원회에 특별물량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라 경기도가 오는 2020년까지 배정받은 입주 물량은 617만㎡ 규모다. 하지만 이미 물량 대부분은 입주계획이 확정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규모가 워낙 큰데다 경기도의 일반물량은 이미 소진돼 산업부 장관의 특별요청이 있어야 한다”며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허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측과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가 용인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도 수도권정비위원회의 특별 물량 신청이 받아들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SK가 접근성이 좋은 용인을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정권 차원의 결단이 선행된 바 있다. 2006년 준공된 LG필립스의 파주LCD공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외국인 투자규제를 완화하면서 꽉 막힌 수도권 규제를 넘어설 수 있었다. 삼성 고덕산업단지와 LG 진위산업단지도 특별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관건은 국가적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우리 반도체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와 상생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내용의 신청안을 만들고 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