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기자의눈]정부 입만 바라보다 멍드는 면세업계




지난 17일 오전 면세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 ‘서울 등을 중심으로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라는 한 줄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 77쪽짜리 보고서 가운데 고작 한 줄이었지만 파급효과는 컸다. 중소중견면세점 뿐 아니라 대형 면세점들까지 우려를 나타냈다. 안 그래도 과열 경쟁 중인 서울 시내에 면세점이 하나라도 더 추가되면 기존 면세점은 물론이고 신규로 진입할 사업자들조차 ‘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어서다. 3년 전 6개였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26일 오픈하는 탑시티면세점까지 합치면 올해 13개로 불어난다.

‘서울은 할 사람도 없을 거고 결국 제주도에 설치되지 않을까요’ 하면서도 막상 공고가 나면 계산기를 두드려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면세 사업이다. 현행 허가제 하에서는 업황이 불투명해도 나중을 보고 투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대기업들조차 견딜 재간이 없다. 사드 여파로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시내 면세점 오픈을 미뤘고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T1 철수의 비극’을 겪어야만 했다. 중소중견 면세점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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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트라우마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아직 시장 상황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내면세점을 가득 채우는 것은 단체 관광객으로 둔갑한 ‘따이공(보따리상)’ 뿐이다. 중국 정부가 단체 관광객을 틀어쥐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가 손 쓸 도리가 없다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현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업계가 할 수 있는 것은 따이공에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를 낮춰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송객 수수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방법은 점유율을 높이는 것, 즉 추가 출점 뿐이다. 출구 전략이 없는 가운데 면세업계는 무한 경쟁으로 다시 내몰리고 있다.

같은 날 또 하나의 비보가 날아들면서 면세업계는 또 다시 멍들었다. 관세청은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로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 듀프리의 한국법인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를 선정했다. 경쟁자는 국내 중소중견면세점인 SM면세점이었다. 5년 전에도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면세 시장에서 중소기업으로 둔갑한 외국계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 자리를 빼앗아갔다”는 우려가 나왔었는데 같은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사업 기회와 업황 전망 모두가 정부에게 달려있는 상황에서 면세업계는 정부 입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면세업계를 위한 위로의 말은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생활산업부=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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