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기업 인재상도 '미스매치'…학생들만 간극 메우러 동분서주

■주요 기업-대학 인재상 분석해보니

기업 46% 도전정신·열정 강조하는데

대학은 7%만 고려...‘공동체의식’ 강조

“대학은 교육기관” 기업과 인식차이 커

간극 메우느라 학생들만 ‘대외활동’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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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시모집 지원자라면 누구나 자기소개서 4번 항목을 쓰기 위해 대학 홈페이지를 뒤져 ‘인재상’을 찾아본다. 인재상은 대학이 어떤 인재를 뽑고 키워서 사회로 내보낼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다. 취업준비생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한두 문장으로 응축하면 기업 인재상이 된다. 대학이 배출하고자 하는 인재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 사이에 공통점이 많을수록 대학생은 학교생활만으로도 취업연계율이 자연스레 높아질 수 있다.

현실은 어떨까.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진학사 취업전문 사이트 ‘캐치’에 의뢰해 취업자 선호도 기준 500대 기업과 전국 주요대학 41곳의 인재상을 키워드로 분석한 결과 두 집단의 간극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웹사이트에 공개된 공식 인재상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으며 기업·대학별로 29개 키워드를 추출해 중복 집계했다.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키워드는 도전정신(49%)으로 500개 기업 중 244곳이 핵심 덕목으로 꼽았다. 창의성(44%)과 열정(41%)이 뒤를 이었고 규범의식(5%)과 경쟁지향(6%), 원만성(6%)은 선호도가 낮았다. 주요 대기업 중 삼성은 ‘창의와 도전정신’을, CJ는 ‘항상 도전하는 마음’을 핵심 인재상으로 제시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함께 가는 사람들(카카오)’ ‘팀워크의 중시와 긍정적인 사고(컴투스)’ 등을 내걸었다.


반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학 41곳을 분석한 결과 팀워크(10%), 도전정신(7%), 열정(7%), 혁신성(5%)은 선호도가 낮았다. 대신 창의성(73%), 공동체의식(66%), 글로벌마인드(42%), 주도성(29%)을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서울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과 공동체 의식을 가진 학생’을, 한양대는 ‘지역사회 외 국가, 나아가 인류사회의 번영에 공헌하는 인재’를 인재상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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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인재상은 교육법 108조에 근거, ‘국가와 인류사회발전에 필요한 학술가를 양성한다’는 인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진학률이 70%에 육박하고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대학이 사회 수요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명진 고려대 공공사회학 교수는 “대학이 변화가 느리고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조직이라 바깥세상과 현실인식 차이가 종종 발생한다”며 “요새는 대학들도 학생들을 사회수요에 적합한 인재로 만들기 위해 도전과제 수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시대변화를 감지한 일부 대학들만이 조금씩 ‘도전형 수업’을 늘리는 추세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자치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자유로운 팀프로젝트를 장려하고 있고 국민대는 서로 다른 수업을 융합한 ‘팀-팀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있다. 일부 대학의 성공사례가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타 대학으로도 확산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도전형 수업이 전무한 대학이 과반수다.

결국 대학과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과 관련한 ‘미스매치’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오롯이 학생 몫이 된다. 대학에 입학해 성실하게 학교를 다녔는데도 막상 취업을 앞두고서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증명할 사례가 부족해서다. 강의식 수업만으로 자소서를 채울 수 없는 상당수의 취업준비생들은 마지막 학기를 쉬고 각종 공모전·해외봉사·대외활동에 나서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기업 인사담당자는 “도전정신을 보여준다며 에베레스트를 등산하는 등 돈을 들여 ‘스펙’을 만드는데 기업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대학들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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