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간·혈액형 불일치 콩팥 동시 생체이식 첫 성공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 기능저하로 수술 어려운 60대에

마취통증의학과 채민석·허재원 교수

중심정맥 응급사혈·맞춤 수액요법 등

다장기 이식환자 마취관리지침 제시

심장 기능이 저하돼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간·콩팥(신장)을 동시에 생체이식한 사례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2명으로부터 혈액형 일치 간과 혈액형 불일치 콩팥을 동시에 이식한 첫 사례다.

26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채민석(1저자)·허재원(교신저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장기이식센터 김동구·유영경·최호중(간이식팀), 윤상섭·박순철(신장이식팀), 조혁진 비뇨의학과 교수팀은 지난 6월 간경화·만성 콩팥기능부전(신부전) 상태였던 60대 남성 A씨에게 간·콩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장기이식, 특히 2개 장기를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은 난이도가 높은데다 전신마취하에 장시간 이뤄지기 때문에 외과의사의 술기(손기술) 뿐만 아니라 환자가 수술을 버틸 수 있게 관리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역량도 중요하다.

채민석(왼쪽)·허재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채민석(왼쪽)·허재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A씨는 수술 전 심장 기능이 저하돼 좌심방과 좌심실이 심하게 확장·비대된 상태였다. 수술 중 실신·경련,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A씨는 우선 간이식부터 받았는데 목디스크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식도 안으로 심장초음파 탐침(probe)을 넣을 수 없어 온 몸을 돌고 온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중심정맥에 중심정맥압 등을 잴 수 있는 센서가 달린 관(카테터)을 넣어줘 심장 기능변화를 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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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 등으로 심장이 안 좋았던 A씨는 간이식 수술 후 혈액을 다시 흘려주자(재관류) 맥박이 정상인의 3분의1 이하인 분당 20회 수준으로 떨어져 심정지가 우려됐다. 일반 장기이식 매뉴얼대로 심장 수축력을 좋게 하는 에프네프린 약제를 사용했지만 평소보다 훨씬 많은 피가 심장으로 한꺼번에 밀려들자 중심정맥압과 평균 폐동맥압이 정상치의 5~6배까지 치솟았다.

심장이 수술을 버틸 수 없는 상태로 치닫자 채 교수팀은 일반 수술에서 사용하지 않는 응급 사혈(瀉血·피를 뽑아냄)요법을 써서 고비를 넘겼다. 환자의 중심정맥에서 200㏄가량의 피를 빼자 심장 기능은 가까스로 정상을 회복했다. A씨의 상태가 안정되자 추가 수혈과 콩팥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채 교수팀은 수액요법에도 신경을 썼다. 간이식 때는 간이 부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액을 덜 공급한다. 반면 콩팥은 수액을 최대한 많이 공급해야 이식 후 재빨리 기능해 소변을 만든다. 간·콩팥이식 수술에 쓰는 수액요법이 상충되기 때문에 채 교수팀은 A씨가 콩팥이식 수술을 마칠 때까지 기존 수액 양이 유지되도록 했고 소변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수액 양을 늘리기 시작했다. 채 교수는 “혈액형 불일치 콩팥이식 수술의 경우 면역억제제의 발달로 거부반응을 포함한 급성 콩팥손상 가능성이 많이 낮아졌지만 적절한 수액요법에 실패하면 이식한 콩팥이 붓고 심한 염증반응으로 이어져 급성 거부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마취전문의의 경험과 지식이 중요하다” 강조했다.

A씨는 12시간 30분 동안 수술을 받았고 중환자실을 거쳐 수술 7일만에 일반병동으로 옮겼다. 수술 6개월이 지난 지금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수술을 다룬 논문은 장기이식 분야의 국제학술지 ‘이식회보(Transplantation Proceedings)’ 정식게재에 앞서 인터넷에 먼저 소개됐다.

채 교수는 “A씨의 심장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고 간·콩팥 등 여러 장기가 기능부전 상태였기에 심장과 이식된 간·콩팥이 수술 중, 그리고 수술 후 손상되지 않고 회복될 수 있도록 세심한 마취관리가 필요했다”며 “여러 장기를 동시에 이식받는 환자의 마취관리에 대한 일괄적 지침이 전 세계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이번 논문이 마취과 전문의 등에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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