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1년 만에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민간 자문위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 및 산업정책에 대한 쓴소리와 제언을 쏟아냈다. 일부 자문위원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등 노동비용의 급격한 인상에 따라 한계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노조의 불법행위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된 적폐청산 움직임에 따라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서도 직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제언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우리는 추격형 경제로 큰 성공을 거둬왔는데 이제 계속 그 모델로 가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가치를 선도적으로 창출하고, 그래서 산업화를 이끄는 단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그 점이 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형 경제로는 더 이상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절박함을 문 대통령도 지적한 것이다.
김 부의장은 이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한민국 산업혁신 추진 방향’을 보고하며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산업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한국 산업이 직면한 도전과 관련해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기적 기술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과거 우리의 시장이었던 중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6대 과제를 제안했다. 독일과 일본·중국·싱가포르 등 주요국의 경우 국가 경제의 미래전략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 △핵심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 △플랫폼 정부 구축 △신속하고 적극적인 규제개혁 △기업 하려는 분위기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주요 산업별로 산업계·학계·노동계·정부가 대화 채널(가칭 산업혁신전략위원회)을 구축해 현장 실정에 맞는 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건의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 직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날 참석한 자문위원들의 고언을 전했다. 김 보좌관은 특히 김 부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김 부의장은 노조의 불법행위가 과하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일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또 적폐청산이라는 것이 기업들한테 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없어지게 해서 기업들이 기업 하려는 분위기를 좀 더 잘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보좌관은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성태윤 교수(연세대 경제학부)님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노동비용의 급격한 상승이 있게 되면 한계기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이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노동비용의 급격한 상승 등 비용 측면의 충격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해서는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교육·금융·공공 부문의 개혁 등이 함께 추진돼야 진정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건의했다. 혁신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경쟁력 강화의 실천 주체로 기업을 강조하며 기존 대기업 중심의 원가주도형 성장 및 투자주도형 성장을 넘어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주도형 성장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사람 중심의 혁신기업 모델’을 제안했다. 김 보좌관은 “김 교수는 세 가지 정책 방향을 함께 제안했다”며 “첫째는 사람 중심 혁신기업을 적극 발굴·육성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기업가정신 촉진을 위한 기업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