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2년만에 첫 분쟁지 찾은 트럼프..."세계 경찰 노릇 계속할 수 없다"

이라크 美 공군기지 '깜짝 방문'

美 개입주의 종지부...동맹 압박

이라크 "트럼프 방문은 주권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이라크 바그다드 서쪽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해 미군 장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이라크 바그다드 서쪽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해 미군 장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연합뉴스




2815A12 미해외주둔논란일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로 백악관에서 두문불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부대를 깜짝 방문했다.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좀처럼 분쟁지역 주둔군을 찾지 않아 구설에 올랐던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 선언 이후 거세지는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 이라크 방문 카드를 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취임 후 2년 만에 처음으로 찾은 분쟁지 부대에서 “이라크 철군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세계의 호구(suckers)가 아니다. 미국이 계속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고 밝혀 미국의 ‘신(新)고립주의’ 논란을 부채질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극비리에 이라크 알아사드 미 공군기지를 전격 방문했다. 3시간30분가량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방문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일부 참모진만 동행한 채 극비리에 이뤄졌다.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취임 후 분쟁지 방문을 극도로 꺼려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를 찾은 것은 최근 시리아 철군 선언 이후 확산된 반대론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을 네 번, 이라크를 한 번 각각 방문하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추수감사절에 이라크를 깜짝 방문하는 등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각각 네 번, 두 번 방문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2년 가까이 분쟁지역을 단 한 번도 찾지 않아 비난 여론에 직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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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군 지휘부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에 따른 중동 내 이슬람국가(IS) 세력 확장 논란을 의식한 듯 “미국은 이라크에서 철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시리아에서 무언가를 하기를 원한다면 이라크를 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이 계속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며 시리아 철군 계획이 합당한 조치임을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병들에게도 “미국이 계속 싸워주기를 원한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우리는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외신들은 이날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반대해온 미국의 개입주의 노선에 종지부를 찍으며 동맹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분쟁지역 내 미군부대 방문인 이번 이라크 깜짝 방문을 자신의 시리아 철군 방침 방어 및 ‘세계의 경찰’ 역할론에 대한 종식을 선언하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트위터에서 “우리는 세계의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은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며 25일에도 해외파병 장병들과의 화상대화에서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이라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방문은 주권침해”라고 반발했다. 이라크 의회 내 이슬라그룹 지도자인 사바 알사디 의원은 ‘이라크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를 논의하고 트럼프의 침공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의회 소집을 요청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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