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황제'가 된 '황후' … LG생건 '후' 국내 화장품 최초 年매출 2조 돌파

차석용 부회장 VIP 마케팅 힘입어

소득 증가한 中心 잡아 인기 행진

동남아등 상류층 고객 공략 가속

랑콤 등 '럭셔리 톱3' 바짝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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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방한했다. 그리고 이때 펑 여사가 직접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 제품을 구매해갔다는 소문이 국내뿐 아니라 중화권에 돌기 시작했다. ‘황후의 화장품’을 내세우는 후와 펑 여사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지면서 매출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3년 2,037억원이던 후의 매출은 2016년 1조원을 돌파했고 2년 만인 올해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가 아직 남은 화장품 업계가 전반적으로 주춤한 가운데 독주하며 ‘왕의 역사’를 쓴 것이다.

‘후’의 대표 제품인 비첩 자생 에센스의 출시 10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에디션./사진제공=LG생활건강‘후’의 대표 제품인 비첩 자생 에센스의 출시 10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에디션./사진제공=LG생활건강


◇‘한방’ 넘어 ‘궁중’ 강조한 마케팅 적중=후는 LG생활건강이 2003년 ‘럭셔리 한방 화장품’을 모토로 출시한 브랜드다. 여기까지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먼저 출시한 ‘설화수’와 큰 차별점이 없었다. 출시 당시 매출도 103억원에 그쳤다.


“한방 브랜드를 넘어 한류를 대표하는 궁중 화장품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차별화해야 합니다.” 2005년 대표로 부임한 차석용 현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이 한마디가 후의 운명을 바꿨다.

수정된 전략은 이듬해 진출한 중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됐다. LG생활건강은 중국 화장품 사업에 철저한 ‘고급화 전략’과 ‘VIP 마케팅 전략’을 내걸었다. 중국 여성들의 소득 수준이 오르고 고가의 고급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가장 유효했던 점은 중국 주요 대도시와 거점지역의 주요 백화점 내 매장을 늘린 것이다. 상하이의 ‘바바이반(八百伴)’ ‘주광(久光)’, 베이징의 ‘SKP’ 등 중국 대도시의 최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입점하며 2012년 47개에 불과했던 매장을 현재 203개로 늘렸다. 여기에 특급호텔을 빌려 VIP 초청 뷰티 행사를 여는 등 중국 내 상위 5%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궁중 이미지를 제품에 담는 것에도 집중했다. ‘후 한방연구소’는 수만 건의 궁중 의학서적 등을 분석해 실제로 왕실에서 사용했던 궁중처방을 ‘후’의 여러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제품 용기도 실제 궁중 문화유산을 모티프 삼아 디자인해 무조건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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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제공=LG생활건강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제공=LG생활건강


◇‘1조원 클럽(설화수·이니스프리)’ 따돌리고 글로벌 톱3 넘보는 후=연매출 1조원을 가장 먼저 돌파한 것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설화수’였다. 1997년 론칭한 설화수는 2000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15년 가장 먼저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그리고 이듬해 후와 이니스프리가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 후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후뿐이었다. 2016년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에 의한 K뷰티 매출이 정점을 찍은 뒤 사드 여파로 화장품 업계 전반이 침체의 늪에 빠졌지만 고급화 이미지를 구축해온 후에는 불황이랄 게 없었다.

똑같이 고급 이미지를 내세운 설화수와도 달랐다. 비슷한 가격대의 브랜드를 함께 선보이지 않고 오로지 후 육성에만 집중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까지 ‘노 모델(no model)’을 고집해온 설화수와 달리 2006년부터 지금까지 배우 이영애를 전속모델로 기용해온 것도 고급 화장품 이미지 구축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독자 행진’ 중인 후는 이제 글로벌 브랜드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후의 올해 매출을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조원이며 이는 글로벌 톱3 럭셔리 화장품인 ‘랑콤(5조3,000억원)’ ‘시세이도(4조7,000억원)’ ‘에스티로더(4조4,000억원)’ 등과도 견줄 수 있는 규모다. 후는 내년에는 중국뿐 아니라 대만·홍콩 등에 입점 매장을 늘리고 동남아시아의 상류층 고객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차세대 주자인 ‘숨’ 육성에도 주력한다. 2007년 출시된 숨은 출시 12년 만인 올해 4,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출시 12년 만에 4,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한 ‘후’와 성장 속도가 비슷하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베트남·싱가포르 등에 매장을 내며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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