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재계 2019 인사 키워드 '안정 속 변화·세대교체'

4세 경영 본격 가동... 엔지니어 대거 중용

4차산업 맞아 기술 인력 우대

신상필벌에 근거한 '성과주의'

외부 인재 수혈 전문성 강화도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주요 그룹이 ‘2019년도 정기인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이번 인사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안정 속 변화’ ‘미래 준비를 위한 세대교체’로 집약됐다. 통상분쟁 지속, 통화 긴축 기조 등으로 내년에 경기침체 심화가 예상되는 등 기업 안팎의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9년 재계 정기인사의 특징은 △오너 일가 4세의 경영 전면배치 △엔지니어 우대 △외부 전문가 수혈 등이다.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는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부회장과 노태문 IT·모바일(IM) 부문 무선사업부개발실장 단 2명에 그쳤다. 지난 2014년(2명) 이후 가장 소폭이었고 임원 승진자 역시 전년(221명) 대비 28.5% 급감한 158명에 불과했다. LG그룹도 조성진(전자)·한상범(디스플레이)·차석용(생활건강) 등 6명의 부회장이 전원 유임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외국인과 50대 사장단, 전략통이 전면 배치됐다. 정몽구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던 김용환 현대·기아차 기획조정 담당 부회장이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정진행 현대차 전략기획 담당 사장이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대신 미래차와 고성능 사업을 강조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기조에 맞춰 BMW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이 사장에 올랐다.

SK그룹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1960년대생으로 교체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 CEO를 이석희 사업총괄로 교체하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임하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뉴 롯데’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롯데그룹 역시 세대교체 카드를 꺼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과 이영호 롯데푸드 사장이 각각 신임 화학사업부문(BU)장과 식품 BU장을 맡게 돼 한층 젊은 롯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등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시절에 활약했던 ‘올드보이’들은 퇴진했다.


최정우호 출범 이후 첫 정기인사를 단행한 포스코도 안정 속 변화를 선택했다. 주력사업인 철강 부문은 안정에 무게를 둔 반면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 부문에는 과감하게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컨설팅과 경영관리 경험이 풍부한 오규석 신성장부문장을 영입했으며 박성진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와 산업연구원 출신인 장윤종씨에게도 중책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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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4세의 경영일선 배치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GS그룹은 허세홍 GS글로벌 대표가 GS칼텍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허준홍 GS칼텍스 전무는 부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상무는 전무, 허윤홍 GS건설 전무는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회장의 퇴진 선언과 맞물려 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상무가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로 승진해 4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재풀을 넓힌 점도 주목된다. 미증유의 산업지형 변화를 유인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정지작업의 성격이 짙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최고전문가로서 ‘펠로우’ 및 마스터로 총 15명을 선임했다. 현대차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년보다 37명 늘린 347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이 중 42%(146명)가 R&D, 25.6%(89명)가 영업·마케팅에서 배출됐다. LG는 2004년 GS 등과의 계열분리 이후 역대 최대인 134명의 상무 승진자를 냈다. 조직개편에도 나서 LG전자 CEO 직속에 로봇사업센터·자율주행사업태스크포스(TF) 등을 신설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생산과 영업에 정통한 전문가를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에는 선박설계 및 생산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의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사장과 그룹의 선박해양영업을 책임져온 영업통 가삼현 사장을 앉혔다. 영업 부문에서 대표이사가 나온 것은 1999년 부임한 조충휘 전 현대중공업 사장 이후 처음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상필벌에 근거한 ‘성과주의’ 속에 경기침체라는 위기에 맞서 선제대응하려는 의도가 감지된다”고 촌평했다. /이상훈·박성호·양철민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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