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리빌딩 파이낸스 2019]말聯은행도 해외비중 30%인데...국내 금융사는 아직 한자릿수

갈길먼 글로벌시장 공략

신한 베트남 外銀 1위 부상

우리 영업망 확대 성과에도

중금리 대출위주 영업 한계

현지 맞춤서비스 확대해야







국내 금융회사들의 내년 주요 경영목표 중 하나는 해외 시장 진출 확대다. 서울경제신문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3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40%(복수응답)가 우리 금융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답했다. 온갖 규제로 손발이 묶인 국내 시장에 머물러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신한베트남은행을 중심으로 올해 3·4분기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2,4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24.4% 늘어난 수치다. 은행 전체 수익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1.6%에서 올해 12.8%로 늘었다.

신한은행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한 케이스다. 현지 1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잘로’와 전자금융 플랫폼인 ‘모모’ 등과 손잡고 비대면 모바일 전용 상품을 출시해 고객을 끌어모았다. 특히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으로 현지에서 ‘신(新)한류’ 바람이 분 것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 감독을 모델로 쓴 신한베트남은행은 효과를 톡톡히 보며 9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해 HSBC를 제치고 베트남 외국계 은행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우리은행도 무서운 속도로 해외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는 총 424곳으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많다. 글로벌 전략통인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주사를 이끌게 되면 영업망 증가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행장은 해외 네트워크 500개 돌파를 취임 당시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이 밖에 KEB하나은행도 올해 미얀마를 중심으로 지점을 확대하면서 같은 기간 2,975억원의 순익을 내 국내 은행 중 글로벌 시장 이익 1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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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규모와 질 양면에서 모두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당장 해외 수익 비중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국내 은행들과 동남아 시장 곳곳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는 말레이시아 상업은행(CIMB)의 경우 은행 전체 수익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31%에 달한다. 이는 국내 은행 평균 7.7%와 비교해 4배 이상 높은 실적이다. CIMB는 △말레이시아 현지 시장에서 출발한 금융지주로 이후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점 △자국 통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점 △자국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허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국내 금융회사와 비슷한 조건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CIMB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대표 은행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은행들도 해외 진출 과정에서 이 은행의 사례를 많이 벤치마킹했다”며 “금융회사들 모두 해외 이익 비중을 지금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 더 높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해외에 진출한 금융회사들의 영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해외 시장에서 주로 중금리 대출 위주의 영업을 하면서 예대마진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지에서 선진국 금융회사처럼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예금을 대거 유치하기도 어렵다 보니 결국 중신용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이종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 진출 은행들이 여신 등 전통적 은행 방식 외에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현지 한국 기업들이 원하는 외환거래와 무역금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핀테크 분야에서 지금보다 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동남아 국가들에는 외국계 자본에 대한 금융회사 지분 보유한도 규제가 있어 인수합병(M&A)을 통한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며 “본인 인증, 빅데이터 분석 등 금융 관련 소프트웨어를 더 발전시켜야 현지 법인의 모바일 채널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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