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통상임금 언제까지 '로또판결'에 의존할 건가

대법원이 27일 다스 노동자 3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단체협약으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다시 산정해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판단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과 맥을 같이한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핵심쟁점인 신의칙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2013년 판결 당시 대법원은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 신의칙에 따라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표현이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아 하급심 판결도 오락가락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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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송인데도 개별기업의 재무사정에 따라 어떤 판결은 “소급분을 주라”고 하고 다른 판결은 “주지 말라”고 한다. 통상임금 소급적용을 청구하는 소송이 현재 100여건에 달하는데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들쭉날쭉한 ‘로또 판결’에 따라 대응전략을 달리해야 하는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신의칙 판단에 원칙이 없으니 대법원까지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기업은 소송비용에 허리가 휘는 것이다. 사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소송에 매달리는데 경영활동이 제대로 되겠는가.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데는 정부의 무원칙도 한몫했다. 통상임금 기준과 원칙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지침조차 없는 상태다. 정부와 정치권이 팔짱을 끼고 있는 사이 기업들은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과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통상임금에 상여금과 수당을 포함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22조원 늘어난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통상임금 기준을 확실히 정하고 관련 법규를 서둘러 정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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