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실물위기 금융부실 전이조짐] 2금융권 회수불능 여신 치솟아...건전성 악화 도미노 부실 우려

일부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 10% 넘어

내년 금리·최저임금發 경기하강 예상...더 큰 타격 가능성

대출기업 경영현황 점검 등 시중은행도 리스크 관리 나서

최종구(왼쪽 세 번째) 금융위원장이 10일 경남 고성군 조선해양특구에 위치한 이케이중공업을 방문해 생산시설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최종구(왼쪽 세 번째) 금융위원장이 10일 경남 고성군 조선해양특구에 위치한 이케이중공업을 방문해 생산시설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울산에서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해오던 세광정밀이 최근 경영악화로 울산지방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지난 2011년 현대차 최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되면서 매출 340억원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지만 완성차 업체에서 부품사로 이어진 도미노 경기침체를 이겨내지 못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회생을 신청한 현대차 협력사는 줄잡아 10여곳에 달한다. 이들 업체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면 이 회사들에 여신을 내준 금융회사들도 손실을 떠안아야 해 동반부실이 일어난다. 덩치가 큰 시중은행은 감내할 수 있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은 경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물위기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올 하반기 들어 조선·자동차 업체가 몰려 있는 부산·경남권을 중심으로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치솟는 등 부실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부진이 지금보다 더 장기화하면 그동안 튼튼하다고 자부해왔던 국내 금융회사들의 체력에도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금리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시행에 따른 경기하강이 예상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부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경제위기는 금융회사의 위기와 함께 오기 마련”이라며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의 경영 현황을 보다 꼼꼼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신문의 분석 결과 지방 저축은행에서는 부실을 보여주는 지표인 연체율이 이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산·경남권 대출잔액 1위인 IBK저축은행의 9월 말 현재 연체율은 2.53%로 전년 동기(2.28%) 대비 0.25%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총 여신에서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을 뜻하는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38%에서 2.80%로 올랐다. BNK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06%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38%에서 2.80%로 뛰었다. 고려저축은행은 9월 말 연체율이 4.99%, 고정이하여신비율은 9.00%를 각각 나타냈다. 전년과 비교하면 나아진 지표이지만 전체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4.6%)과 고정이하여신비율(5.2%)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진주저축은행이 7.28%에서 9.65%로 연체율이 올랐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9.72%에서 11.49%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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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지역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는 영세 조선기자재 업체와 자동차부품 업체 등 협력업체의 부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 업체 및 조선사들의 수출과 생산이 모두 저하되면서 빚을 갚기 어려운 기업과 가계가 늘었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역 저축은행은 소재지의 협력업체 및 근로자들 중 가장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상황을 100% 반영한다”며 “경제여건이 어렵다 보니 저축은행의 부실대출도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부산·경남권 지방 경제를 떠받치는 자동차·조선업은 올 들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올해 1~9월 누적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2% 감소한 43만6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그쳤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1~1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8~10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 들어 국내 조선 업계가 중국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며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고 강조했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엄동설한에 가깝다는 게 금융권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까지도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대다수 은행들이 중기 대출로 눈을 돌렸지만 내년부터는 여기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은행 경영진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자동차부품사들이 많은 인천 부평이나 부산·경남권에서는 지점장들이 대출을 내준 사업장에 매일 들러 경영현황을 직접 챙기는 게 주요 일과 중 하나가 됐을 정도다. 본점 차원에서도 자동차 및 관련 산업 등을 위험업종군으로 지정해 연체율 등을 실시간 관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가 필요한 부실징후 중소기업이 180곳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기 대출 확대는 정부의 정책지침이기 때문에 절대 총량을 줄이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우량 중소기업을 먼저 발굴해내기 위한 은행 간 다툼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정부 보증지원을 받아 내놓는 중기 전용 대출상품 등이 늘어 ‘좀비기업’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책은행 임직원에 대해 조선 및 자동차업종에 돈을 빌려줬다가 손실을 봐도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특권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구민·서일범기자 kmsohn@sedaily.com

서일범·손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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