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최저임금·주 52시간 후폭풍] 거리로 내몰린 아파트 경비원

울산 한 단지서 22명 해고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에 경비원 감축울 반대하는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울산=연합뉴스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에 경비원 감축울 반대하는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울산=연합뉴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등 내년부터 달라지는 노동조건으로 애꿎은 아파트 경비원들이 차가운 거리로 잇따라 내몰리고 있다.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달 21일 경비원 해고 여부와 관련한 주민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1,613가구 중 619가구(38.4%)가 투표에 참여했고 385가구(62.2%)가 해고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이 아파트 경비원 30명 중 22명에게 올해 말로 계약이 끝난다는 해고통보가 전달됐다. 새해 첫날부터 해고되는 경비원의 대부분은 60대로 전해졌다.


관리사무소 측은 “내년에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10.9% 인상돼 관리비 부담이 늘어나는데다 경비원 수가 다른 아파트보다 많아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인력감축으로 이 아파트는 가구당 경비비가 4만7,000원(105㎡ 기준)에서 내년에 2만1,000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곳곳에 대자보를 붙인 채 “경제논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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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도 내년 1월1일부터 경비원 120명 중 20명을 감원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아파트 각 동에 붙였다. 이 아파트는 이미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기 직전인 지난해 말에도 4개 동에서 경비원 8명을 해고했다. 인천 남동구와 울산 중구의 또 다른 아파트도 최근 경비원들을 해고하기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의 여파로 근무체제가 바뀌어 경비원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생겼다.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최근 경비원 110명 중 98명이 동시에 사직서를 냈다. 전체 7,374가구로 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인 이 아파트는 현재 격일 24시간인 경비원 근무가 내년부터 격일 14시간 근무로 바뀌어 월급이 185만원에서 11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최저임금 상승과 주52시간 근무제에 맞춰 경비원을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는 대신 통합경비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해 경비원들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 경비원들은 아파트 곳곳에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으로 더는 일을 할 수 없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엄동설한에 칼바람을 맞아가며 차가운 아스팔트길 위에서 이리저리 정처 없이 헤맬 것을 생각하면 서글프기 짝이 없다”고 한탄하는 글을 써 붙이기도 했다. /울산=장지승기자 부산=조원진기자 jjs@sedaily.com

울산=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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