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올해의 책-과학 분야-스케일] 인간의 몸·도시·기업…우리를 하나로 묶는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음, 김영사 펴냄




‘복잡계 과학의 대부’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물리학자인 제프리 웨스트는 책 ‘스케일’을 통해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성장과 노화, 죽음을 지배하는 원리와 패턴에 관한 큰 그림을 제시해 과학 도서임에도 대중적인 관심을 얻었다. 그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의 몸, 도시, 기업을 포함하여 살아 있는 체계들의 복잡하고 다양해 보이는 현상들을 통일시키는 ‘단순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저자는 이론물리학자로서 끈 이론과 우주의 진화 등을 연구했지만 남자들이 오래 살지 못하는 집안의 일원으로서 노화와 죽음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주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생물이 오늘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성장하고 죽게 되는 것은 모두 피할 수 없는 물리적 법칙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는 점을 깨달은 저자는 그 물리법칙을 해명하는 데 몰두했다. 그가 ‘스케일링 법칙’이라고 부르는, 생물의 ‘크기 변화’에서 발견되는 규모 증감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포유동물은 다양하지만 크기에 따라 일관된 특성을 보인다. 즉 어떤 포유동물의 크기를 알면 스케일링 법칙을 써서 그 동물이 하루에 얼마나 먹는지, 심장 박동 수가 얼마인지, 성숙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 수명은 얼마인지 등등을 모두 알 수 있다. 순환계의 효율도 정확히 체중에 비례하여 규모가 증감한다. 평균 체중이 다른 종의 2배인 종은 순환계의 효율이 25퍼센트 더 높으며 수명도 25퍼센트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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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저자는 이것이 도시와 기업 같은 인간의 창조물에도 폭넓게 적용되는 ‘일반 법칙’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규모’, ‘규모 변화’라는 렌즈를 통해서 보면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크고 작은 ‘계’에서 놀라운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렌즈로 보면 동식물, 인간 몸, 기업 등이 조직되고 기능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도시 역시 규모가 변화할 때마다 일정한 규칙을 따른다. 인구 증가에 따라 도로, 전선, 수도, 가스관의 총 길이, 주유소 수와 같은 기반시설의 양은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양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그 결과 어째서 어떤 기업은 잘나가고 어떤 기업은 망하는지, 삶의 속도와 혁신의 속도는 왜 점점 빨라지는지 등과 같은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복잡성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답게 웨스트 교수는 책 곳곳에서 통합적 사고의 필요를 강조한다. 건물을 짓든, 도시를 만들든, 기업을 꾸려가든, 문제를 체계적인 맥락에서 폭넓게 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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