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 회전율이 최근 4년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그만큼 기관투자가들이 방망이를 짧게 쥐고 투자에 나섰다는 의미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장기 투자보다는 짧게 치고 빠지는 단기 운용 전략을 많이 사용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이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주식 펀드의 연평균 회전율은 210.45%였다. 이는 지난 2014년 236.83% 이후 최대 수준으로 증시가 좋았던 2017년에는 회전율이 180%에도 미치지 못했다.
펀드 회전율은 펀드에 편입된 종목을 얼마나 자주 변경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가령 특정 펀드 회전율이 100%였다면 한 해 동안 해당 펀드가 편입했던 모든 종목을 한 번씩 바꿨다는 의미다. 공식적으로 마련된 기준은 없지만 자산운용사들은 통상적으로 300~400% 안팎의 회전율을 보이면 공격적인 상품으로 분류한다.
올해 300% 이상 회전율을 기록한 펀드는 전체 액티브펀드 369개 중 54개로 약 15%에 달했다. 1,000% 이상 펀드는 4개였고 이 중 가장 높은 회전율을 보인 상품은 7,506%에 달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동안 펀드에 담았던 모든 종목을 70번 이상 바꿨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업계는 펀드 회전율 상승이 시장 변동성 확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담고 있는 특정 종목 변동성이 커져 펀드의 전체 성과를 과도하게 흔들면 비중을 줄여야 하고 그만큼 다른 종목을 더 늘리거나 새로 담아야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수익률도 높았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차익 실현하는 차원에서 종목을 바꾸기도 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펀드매니저 성향이나 회사의 투자 패턴에 따라 약간씩은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회전율도 올라간다”며 “펀드 벤치마크를 잘 따라가거나 아웃퍼폼(시장수익률을 상회)을 해야 하는데 변동성이 커지면 성과가 좋든 나쁘든 비중 조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뚜렷하게 상승을 주도한 섹터가 없기 때문에 업종별 순환매가 빠르게 일어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연기금 등도 운용사나 펀드 실적을 평가할 때 단기수익률에 치중하기 때문에 운용사들 입장에서도 당장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종목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