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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역사·문화-역사의 역사] 서양사부터 현대사까지…유시민 '역사공부 로드맵'

■유시민 지음, 돌베개 펴냄




경제학이면 경제학, 철학이면 철학 등 손대는 분야마다 흥행 대박을 터뜨린 유시민 작가가 올해도 ‘역사의 역사’라는 저서로 장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이어가는 성과를 거뒀다. 책은 세월의 무게를 뚫고 살아남은 역사서와 그 책을 집필한 역사가들,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진중하면서도 경쾌한 보폭으로 훑어보는 대중 교양서다. 유시민은 지난 2016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국정 역사교과서 파동과 탄핵 정국을 연이어 경험하면서 역사의 현장과 그 기록 양상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저술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역사의 역사’에 담긴 18권의 저작은 “오랜 세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거나 다른 역사가의 철학과 서술 방식에 큰 영향을 준” 작품들이다. 저자는 ‘서구 지식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25년에 쓴 ‘역사’부터 사마천의 ‘사기’,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등 역사·정치학계의 거대한 산봉우리들을 차례로 오른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와 같은 한국의 역사서와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 20세기 이후 세계 학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화제작들도 두루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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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기’를 거론하면서 “가장 위대한 역사서는 아니지만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매우 정확하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사피엔스’에 대해서는 “인류 중심의 좁은 시각을 벗어던지고 자연을 비롯한 다른 생명에 감정 이입을 해보라”는 당부를 우리에게 건네고자 쓰인 저작이라고 꿰뚫는다.

무엇보다 유시민은 ‘똑’ 소리 나는 언어로 알기 쉽게 정보를 전달하는 ‘지식 소매상’답게 역사에 대한 관심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대중들에게 깔끔하고 정연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30년의 세월 동안 여러 주제를 오가며 지식을 전달하고 나름의 통찰을 제시한 저자의 글쓰기 능력이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책은 기존 번역서의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대신 내용을 압축해 전달하고, 지나치게 난해한 부분은 원서와 대조해가며 새롭게 번역해 독자의 이해도를 높였다. 저자는 서양과 고대·현대를 넘나들며 역사학 분야의 우뚝한 산맥들을 오르내린 끝에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데 있음을 거듭 절감했다”고 고백한다. ‘역사의 역사’를 먼저 한 차례 정독한 뒤 이 책이 소개한 저작들을 관심 가는 순서대로 독파하면 유시민이 그랬듯 독자들도 어느새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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