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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정치·사회-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민주주의 파괴의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어크로스 펴냄




지난 정권의 일방주의 노선에 지친 국민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정권이 바뀌면 안정될 것이라 믿었던 유권자들은 새로운 정권이 들고 나온 또 다른 형태의 일방주의 노선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심장은 다양한 이견, 그러니까 다원주의 위에 서 있고 이견들을 통일된 목소리로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이건만 국산 정치세계에선 타협이 없다. 그래서 늘 이 땅에서 피어난, 정세안정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어긋나기만 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는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순간을 파고든다.


하버드대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두 저자는 전 세계에서 벌어져 왔고,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 붕괴의 현장에서 매우 유사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한다. 두 저자는 ‘후보를 가려내는 역할을 내던진 정당’,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인’, ‘언론을 공격하는 선출된 지도자’ 등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명백한 징후로 제시한다. 유권자의 관점에 따라 현 정세를 달리 해석하겠지만 지금 이 시각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정치공세를 지켜보고 있자면 우리가 뜨끔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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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당하는 민주주의의 시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말은 곧 민주주의의 위기가 미래 진행형이 될 공산이 높다는 근거가 되며 빈곤과 양극화의 심화라는 인류의 불치병을 치유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책의 존재가치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저자들은 우리의 기대를 가볍게 비웃듯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관용이나 제도적 자제와 같은 ‘규범’이라고 힘줘 말한다. 이들이 강조하는 규범 가운데 핵심 역할을 하는 상호 관용은 자신과 다른 집단과 의견도 인정하는 정치인들의 집단의지를 뜻하며 제도적 자제는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뜻한다. 스페인 좌파 공화당과 우파 세력 간의 대립 끝에 일어난 내전 역시 규범 파괴의 결과물이었고 트럼프의 당선 역시 민주주의를 지켜오던 두 규범의 붕괴로 심화된 정치 양극화가 빚어낸 극단적 결과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민주주의의 붕괴를 우려하지 않는 민주국가의 시민들마저도 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위험 신호를 가려내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을지언정 패턴을 띤다는 것. 우리 역시 독재정권의 망령이 21세기에 부활할 것이라는 상상을 감히 하지 못했다. 이 책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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