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시진핑 전화 받은 트럼프 "무역협상 큰 진전"

習 "안정적 진전 위해 함께 노력"

차관급 담판 앞두고 기대감 커져

中, 수교 40돌 맞아 담화 발표

"신뢰 높여 전략적 오판 막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한 후 양국 간 무역협상에 큰 진전이 있음을 시사했다. 미중 정상 간 전화통화는 내년 1월7일께 베이징에서 열릴 양국 무역대표단의 협상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새해 초 차관급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시 주석과 길고도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며 무역협상에 대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역협상이 양국 간 모든 주제와 쟁점들을 포함해 매우 포괄적이라고 전하며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전화통화는 시 주석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지난 1일 아르헨티나 정상회담에서의 휴전 선언을 기점으로 잇단 양보 제스처를 보내온 중국이 실무급의 본격 협상이 열리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타협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내년이 미중 수교 40주년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중미관계의 안정적 진전(stable progress)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두 정상이 휴전을 선언한 지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새해 인사를 나누며 무역 이슈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에 접촉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양국 간 무역분쟁이 내년 초 조기에 타결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 백악관에서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무역전쟁 휴전 기간인 내년 2월 말까지 중국과의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급락세를 보인 미 증시에 지지대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중 협상의 “큰 진전(big progress)”을 강조하자 두 정상의 이번 대화를 통해 타협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협상 담당자들이 무역합의안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이날 보도하기도 했다.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쌀 수입을 처음으로 허용하고 외국인 투자장벽 축소에도 적극 나서는 등 성의를 보이는 점도 무역분쟁 해결의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관세 폭탄의 피해가 미국보다 큰 중국은 최근 미국을 향한 적극적인 구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1일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미국이 강조해온 지식재산권 보호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천명했으며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새해부터 특허소송 등을 다루는 지재권 법원까지 설립한다. 25일에는 외국자본의 진입 금지·제한 대상을 기존 328개에서 151개로 대폭 축소하기도 했다. 28일에는 미국이 25% 추가 관세를 매겼던 984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발표하자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산 쌀 수입을 허가하며 협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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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 ‘띄우기’ 발언이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세장의 진입로에 선 미 증시에 미중 무역전쟁 타결 가능성은 트럼프 정부가 시장에 줄 수 있는 최대 호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30일 중미 정상 간 전화통화가 “양국과 전 세계에 보내는 새해 선물”이라고 환영하면서도 “미국이 중국과 ‘윈윈’하는 합의에 주력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두 정상은 이날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 삐걱거렸던 북핵 이슈 관련 미중 공조 움직임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통화에서 북핵 문제에 관한 두 정상의 구체적인 언급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년 초 북미 대화 일정과 맞물려 미국과 중국이 대북 공조 의지를 재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북미 간 추가회담을 지지하며 긍정적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30일 ‘중미 수교 40주년 담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신뢰 강화를 통해 전략적 오판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동안 중미 관계는 비바람 속에 단련돼왔다”며 “양국 관계 발전은 두 나라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 안정과 평화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양측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해 전략적 오판을 방지해야 한다”며 “협력 분야를 끊임없이 넓혀 서로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존중하고 갈등을 잘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손철특파원 베이징=홍병문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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