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키워드로 본 2019 대한민국] C·R·I·S·I·S에 빠진 한국호..'회색코뿔소' 넘어설 지혜 절실

2018년 한국경제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정부는 3%대 성장을 자신했지만 미중 무역분쟁, 선진국 금리 인상,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력 제조업 부진 등 나라 안팎의 악재가 겹치면서 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고꾸라졌다. 수출은 호조를 보였으나 고용쇼크와 이자 부담에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기업들은 투자를 중단했다. 2019년도 녹록지 않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반도체 성장세는 주춤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의 수정을 시사했지만 투자와 소비 의욕을 부추길 과감한 규제혁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019년 한국경제의 방향을 핵심 키워드로 진단해본다.

중국 주도로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실크로드 경제 벨트’를 구축하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 외교정책이 아닌 중국 주도의 세계화를 달성하려는 슬로건이라는 주장이 나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



[C] growing China risk 점증하는 중국 리스크: 부채위기·무역분쟁 속 어느 정도 부양책 내놓을지 관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지난 2007년 145%에서 10년 만에 256%로 폭등했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기업부채, 부동산 버블과 함께 중국의 부채가 글로벌 경제의 3대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부채 위기를 딛고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어가느냐에 따라 국내외 경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6%로 전년(6.7%)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안문 사태의 여파로 중국 사회가 혼란에 빠졌던 1990년 이후 최저치다. 경제전망 기관들은 2019년 중국의 성장률이 6%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5%대 중반까지 추락하는 우울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경제성장률 목표, 예산 규모 등을 발표한다. 중국 정부가 어느 정도의 부양책을 내놓을지에 따라 글로벌 무역 규모와 우리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분쟁도 대형 이슈다. 첫번째 관문은 2월 말 또는 3월 초께 윤곽을 드러낼 무역협상 타결 여부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을 맞는 2019년 장기집권을 꿈꾸는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의 충돌에서 자존심을 꺾고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각계각층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태안화력 운송설비 점검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촉구했다. 2018.12.18      jieu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 labor structural Reform 노동구조 개혁: 시간당 생산성 OECD 최하위권…고용 유연성 향상 시급

노동구조 개혁은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하는 상황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특히 2019년에는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주력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어 노동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생산성 향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36개국 가운데 21위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7위로 최하위권이다.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 상승은 고용감소와 경쟁력 저하로 귀결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경직화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파해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비정규직과 실업자의 취업문을 넓히고 대립 일변도의 노사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내놓는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사협력 순위는 2018년 124위로 10년 전 95위에서 29계단이나 추락했다. 고용이 경직화되고 노사관계가 악화되다 보니 기업들은 신규 인력 채용을 늘릴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YONHAP PHOTO-3255>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앞둔 주택시장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모습. 2017.10.23      yatoya@yna.co.kr/2017-10-23 15:04:25/<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I] Interest burden 이자부담: 금리 올라 한계차주 압박 커져…지출 감소→내수위축 악순환 부를수도

2~3차례로 예상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은 국내 경기를 얼어붙게 할 만큼 파급력을 가진 리스크 중 하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요인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514조원, 자영업자 대출은 600조원에 달한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은 한계차주에 막대한 이자 부담 증가로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 가구의 연평균 이자 부담이 519만5,000원에서 641만7,000원으로 122만2,000원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 가구도 94만1,000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리금 상환도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67.3%가 ‘부담스럽다’고 판단(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하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더 커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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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기업이든 가구든 결국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내수를 위축시켜 안 그래도 둔화하는 경제 성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과의 금리역전 폭이 0.7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한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르면 3월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사진제공=삼성전자


[S] slowing Semiconductor market 위기의 반도체: 스마트폰 시장 둔화 속 中 공세 겹쳐 가격 하락 우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향방은 우리 경제의 희비를 가를 만큼의 파급력 있는 이슈다. 2018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수요가 많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에 따라 수요가 주춤하고 글로벌 업체들의 공급 확대 영향에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D램익스체인지 등 주요 시장조사기관들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점치고 있다.

반도체 시장 축소는 우리 수출 전선에 치명적이다. 수출의 20% 이상을 반도체가 감당할 만큼 쏠림 정도가 크기 때문이다. 2018년 초 53.3%에 달했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가장 최근 집계치인 지난 11월 22.1%까지 둔화됐다. 11월 반도체 출하도 9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인 16.3% 줄면서 산업생산이 0.7% 쪼그라들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위기감을 더 키우는 요소다. 인력 빼가기와 천문학적인 투자 덕에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가 1~2년 수준으로 좁혀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2019년은 중국 업체들이 그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고부가 반도체 제품 양산에 들어가는 등 영향력 있는 시장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YONHAP PHOTO-4844> 주자창에 멈춰선 건설장비…2분기 건설업 6년 3개월만에 최저 성장률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26일 서울 강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건설중장비 차량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건설업은 6년 3개월 만에 최저 성장률을, 설비투자는 2년 3개월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2018.7.26      zjin@yna.co.kr/2018-07-26 15:46:56/<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I] declining corporate Investment 꺼지는 투자동력: 주력산업 부진으로 성장률 뚝…경제체질 개선 추진

‘투자 부진’ 극복은 2019년 우리 경제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2017년 14.6% 증가하면서 3%대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설비투자는 2018년 들어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인 6개월 연속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기획재정부는 2018년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을 -1.0%,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로 전망한 상태다. 투자 부진은 경기 둔화에도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2018년 설비투자 감소폭이 2·4분기 -3.0%에서 3·4분기 -7.7%로 확대되면서 경제성장률도 전년 대비 2%대로 떨어졌다. 3·4분기 투자의 성장기여도는 -2.1%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4분기(-2.3%) 이후 가장 낮았다. 반도체 분야 투자가 마무리돼 추가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자동차·철강·조선 등 기존 주력 제조업의 부진과 신산업 발굴 지연이 맞물린 결과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44개 기업의 새해 경영계획 기조를 조사한 결과 80.4%가 ‘긴축 또는 현상 유지’로 답했다.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투자 활성화와 규제혁신,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체질 개선을 2019년 경제정책방향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먼저 찾아 나서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줘야 할 것”이라고 2기 경제팀에 당부했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소상공인연대)가 29일 오후 4시 광화문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연 가운데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송은석기자


[S] economic policy Shift 경제정책 변화: 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 나선 정부…혁신성장으로 성과낼까

집권 3년 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수정을 공식화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기업의 투자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정책변화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과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성장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통해 임금 인상폭을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위원회를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해당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결정위원회’로 나누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률 마지노선을 한자릿수로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대기업의 투자 활성화 지원도 실시된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자동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와 SK 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다. 공공 부문 채용 확대, 최저임금 두자릿수 등 소득주도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던 2018년과 온도 차가 뚜렷하다. 하지만 카풀·공유숙박·원격의료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의 규제혁신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분야의 규제개혁 성공 여부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를 판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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