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세노바메이트 7년만에 美진출 눈앞...바이오를 포스트반도체로

[제조업 위기속 미래를 꿈꾸는 기업-<1>SK그룹의 미래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 3상 임상 결과에

美뇌전증학회 연례회의서 관심

지난해 직원 수 170명으로 확충

8개 파이프라인 임상고도화 결실

신약개발·원료의약품 사업 가속

“지난 1993년 신약개발이라는 영역에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20년이 넘도록 혁신과 패기·열정을 통해 지금까지 성장해왔고 앞으로 글로벌 제약회사로 성장할 것입니다.”

지난 2016년 6월 SK(034730)바이오팜 판교 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말이다. 2년 후 2018년 12월 초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18 미국뇌전증학회 연례회의(AES Annual Meeting 2018)’ 현장. SK바이오팜이 2,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 ‘세노바메이트’의 3상 임상 결과에 대해 현장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1월 세노바메이트의 판매 허가 신청서(NDA)를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25년 만에 신약이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학회 현장에서 SK가 독자 개발한 신약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SK바이오팜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중추신경계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SK㈜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중추신경계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SK㈜



2018년 반도체와 정유업 호황에 최고의 한 해를 보낸 SK그룹에 2019년은 ‘서든데스(갑작스런 죽음)’를 걱정할 정도로 쉽지 않다. 그룹의 주축인 정유·화학 산업은 유가의 급격한 변동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지난 3년간 누렸던 호황 사이클이 막을 내리고 있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80%가량을 책임졌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고점론과 맞물려 실적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통신 부문은 5G 상용화에 따른 비용 부담에 휘청거리고 있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SK그룹의 위기 속 기회는 무엇일까.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공을 들인 바이오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평균 수명 연장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생활양식 변경으로 바이오 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데다 SK그룹이 지난 2011년 지주사 산하에서 SK바이오팜을 분사하며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산업은 ‘신약후보물질 추출-전임상-임상 1상-임상 2상-임상 3상’ 등의 과정 때문에 10년이 넘는 투자가 필수라는 점에서 SK그룹 같은 장기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유망한 사업 분야로 꼽힌다.

0115A15 SK바이오팜현황


SK바이오팜은 2017년 140여명이던 직원 수를 1년 만에 170명으로 늘렸다. 벤처캐피털 업계 등에 따르면 바이오 업계에 지난 한 해 1조원가량의 돈이 유입되며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도 대대적인 인력 확보에 성공한 셈이다. 또 오는 1월9일까지 공정개발연구·분석연구를 비롯해 △임상개발 △인적자원관리(HR) △IT기획 △경영관리·마케팅 분야에서 경력 및 신입 사원을 선발해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특히 연구 분야에서는 화학 및 생명과학 분야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에 업계 관련 경력 3년 이상의 베테랑을 모집해 연구 역량을 단숨에 끌어올릴 계획이다. 영어와 중국어 능통자를 우대하는 것도 눈에 띈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인력 채용을 통해 현재 개발 중인 8개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군)의 임상 고도화 및 마케팅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재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2011년에는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을 에어리얼 바이오파마에 기술 수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조현병·파킨슨병 관련 신약이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등 신약 후보군이 다수다.


SK바이오팜은 또 뇌질환 치료제 개발로 축적된 뇌혈관장벽 (BBB) 투과 특화 기술을 활용해 기술 난도가 높은 뇌종양 치료제 개발에도 나선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연간 10~15명의 뇌종양 환자가 발생하며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뇌로 전이되는 전이성 뇌종양 또한 연간 15~20%가량 증가하고 있어 시장 수요가 크다. SK바이오팜 측은 바이오 분야에서는 비교적 업력이 짧은 만큼 주요 신약개발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만들거나 신약후보군의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이나 ‘기술 수입(라이선스 인)’ 등을 통해 기술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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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은 미국 뉴저지에 글로벌 임상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SK라이프사이언스와 신약후보물질 제휴사 탐색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 설립한 SK바이오팜테크 등을 통해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SK바이오팜의 중장기 연구개발(R&D)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SK바이오팜의 모회사인 SK㈜가 1,500억원의 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신약개발 외에 SK그룹의 원료 의약품 사업 또한 속도가 붙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15년 원료 의약품 사업을 담당하는 SK바이오텍을 물적분할 했으며 현재 한국과 아일랜드 등에서 총 40만ℓ급의 원료 의약품을 생산 중이다. SK㈜는 지난 7월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 엠팩을 8,000억원 규모에 인수하며 SK그룹의 차세대 핵심 동력이 ‘바이오 분야’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 때문에 SK그룹의 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7년까지 SK바이오팜의 누적 영업손실은 2,890억원이며 2017년 한 해에만 9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개발 중인 뇌종양 치료제 또한 신약후보물질 탐색과 동물 등에 효능을 시험하는 전임상 등의 과정을 감안하면 수년 내에 수익을 내기 힘들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 또한 지난 2016년 총 3조원가량을 투자했던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 3상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신약개발 업체의 대표주자가 된 한미약품 또한 한때 막대한 R&D 투자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신약개발은 기본적으로 시간 및 자본과의 싸움”이라며 “최태원 회장이 얼마나 뚝심을 갖고 바이오 산업을 추진하는지 여부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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