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진단 1년내 90% 사망 담관암…"내시경으로 미리 잡으세요"

X선·와이어 활용 담췌관조영술

담석 제거 등에 유용하지만

담관 속 못봐 정확한 진단 한계

직경 3㎜ 담관내시경 나왔지만

350만원인데다 유료 이용 막혀

규제 풀거나 건보적용 서둘러야

오치혁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센터 교수가 담관내시경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희의료원오치혁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센터 교수가 담관내시경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희의료원



간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이 담낭(쓸개)·십이지장으로 내려오는 길인 담관(쓸개관·담도)이 담석으로 막히면 급성 통증·발열로 병원을 찾게 된다. 갑자기 열이 나고 간 수치가 1,000~2,000까지 올라가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급성 담관염이다.

반면 비교적 오랜 기간에 걸쳐 자라나는 종양이 담관을 막으면 발열·통증보다는 황달·소화불량·체중감소 등을 유발한다. 원인이 같더라도 환자의 전신 컨디션, 기저질환, 담석·종양의 위치·크기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내시경 초음파(EUS) 같은 영상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검사 때 들어가는 조영제로 인해 조직이 조영되는 양상을 보거나 초음파 소견 등을 보면 담석 때문인지, 종양 때문인지 대충 구분할 수 있다. 다만 암이나 지속적·반복적인 담관염으로 담관이 좁아진 경우 처럼 원인·위치 등을 영상으로 구분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담관내시경 ‘스파이글래스 DS’ 개념도담관내시경 ‘스파이글래스 DS’ 개념도


◇위·대장은 내시경으로 구석구석 들여다 보지만 담관은…

담석으로 급성 담관염이 생겼다면 요즘에는 치료 목적의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내려오는 곳까지는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으로 접근한 뒤 담관으로 조영제를 쏘아 퍼져나간 모습을 몸 밖에서 X선 흑백 영상으로 보면서 카메라가 달리지 않은 가이드 와이어(특수 철사)로 담석을 제거하거나 직경 1㎝ 안팎의 스텐트(금속망)를 넣어줘 담관을 넓혀준다. 막힌 담관 위로는 X선 영상에서 희게 보이는 조영제가 올라가지 않는 원리를 이용한다. 위쪽에 고인 담즙에 균이 자라면 염증은 물론 패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담관을 막고 있는 담석·종양은 빨리 제거하고 ‘썩은’ 담즙은 빼내야 한다.

종양이 담관을 막고 있었다면 이 부분의 조직을 떼어내 조직검사를 통해 담관암 여부를 진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RCP는 막힌 담관을 재개통했을 뿐이므로 암이라면 영상·조직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수술·항암·방사선·광역동치료 등 여러 치료방법 중 하나 또는 두세 가지를 선택해 치료한다.

담낭이 담석으로 막힌 경우에는 대개 복부에 작은 구멍을 뚫고 복강경을 집어넣어 담낭을 절제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ERCP 덕분에 과거 개복수술이 불가피했던 담석증·담관염 등을 내시경 시술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췌장질환 진단·치료에도 큰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내시경이 담관으로 직접 들어가는 게 아니어서 위·대장내시경이 도입되기 전 조영제를 먹고 X-선 영상으로 위암·대장암 등을 진단하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병변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의사도 환자도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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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관 안을 직경 3㎜쯤 되는 내시경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돼 있다. 미국 기업 보스턴사이언티픽의 디지털 담관내시경 ‘스파이글래스 DS(SpyGlass Direct Visualization System)’다. 십이지장과 담관이 만나는 곳까지 접근한 굵은 내시경에서 가느다란 담도내시경이 갈라져 나와 ERCP 시술을 끝낸 담도 안을 훑어보며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검사용 종양 조직 등을 잘라낼 수도 있다. 담관암 등의 진단 정확도와 치료 성과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직경 3㎜쯤 되는 담도내시경은 1회용이고 가격이 350만원가량 한다. 워낙 가는데다 십이지장에서 큰 각도로 꺾여져 올라가기 때문에 내구성이 떨어져서다. 건강보험 당국에서 비용을 받고 비급여 진료에 쓰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어 필요한 환자들도 대부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ERCP와 대조적이다.



◇암·염증 조직 구분 등 진단 정확도 높일 수 있어

이와 관련, 오치혁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센터 교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난 2016년부터 서울지역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담관내시경을 진단에 활용하고 있는데 담관폐색·협착부위를 직접 확인하고 조직검사용 종양 샘플도 얻을 수 있어 진단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관을 막은 종양이 암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담관내시경으로 담관 안을 직접 관찰하면 암 조직인지, 염증 조직인지, 담석 때문인지 알 수 있는 게 그 예다.

하지만 관련 진료비를 받지 못하다 보니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담관암 환자, 전신마취가 필요한 개복수술 등을 하기 어려운 급성 담관염 환자의 담석제거 시술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급성 담관염 환자의 경우 ERCP 시술과 담관내시경에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 반면 두 시술 모두 난이도가 높고 간단한 담관염 시술이라도 의사 2~3명, 간호사 2~3명, 방사선사 1명 등 5~7명이 동시에 투입된다. 특수 트레이닝을 받은 의료진만 참여하고 팀워크도 중요하다.

오 교수는 “위·대장내시경이 없던 시절 위암·대장암의 조기 진단 및 예방이 어려웠듯이 담관내시경 없이는 담관암의 조기진단 및 예방도 어렵다”며 “하루빨리 신의료기술 인정 및 건강보험 수가(酬價·서비스 가격) 책정 등 정책적 지원으로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담관암·췌장암은 환자의 90% 이상이 진단 1년 안에 사망하는 무서운 암이다. 췌장·담관 주변에 중요한 혈관과 장기(간·복강 등)가 많고 몸 속 깊숙이 위치해 관리·검사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 암이 생겨도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간헐적인 복통과 소화불량·식욕부진으로 인한 체중감소 등도 생활 속에서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증상이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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