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부총리는 2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시대와 함께 하는 집)’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전환기적 고통,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하는 한 해”라며 “문제를 모두 드러내놓고 준비하는 해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경제수장으로 외환위기와 카드사태를 극복하는 데 앞장섰다.
이 전 부총리는 올해가 바닥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가 1997년에 왔지만 바닥은 1998년이었다”며 “위기는 지난해에 진행됐다. 올해 바닥을 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의식 속에 전환기라는 의식이 담겨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깃발을 들고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벌떼처럼 덤벼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의 자세에 따라 위기를 극복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사례로는 일본을 들었다. 이 전 부총리는 “일본에 대해 ‘잃어버린 20년’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잃어버린 10년’과 ‘준비한 10년’이라고 본다”며 “죽기 살기로 세계 제일을 추구하던 데서 벗어나 지금은 배싱(bashing)과 패싱(passing)으로 질시와 주목을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그 시기(준비한 10년)를 거친 뒤 경제뿐만 아니라 거버넌스와 헌법, 노동시장 모두 의제화하고 있다”며 “챔피언 좌석에는 없지만 있어야 할 곳 구석구석에 다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전 부총리는 “특정 집단이 촛불을 독점하려 한다”며 “지금 과연 미래로 나아가고 있느냐,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꾸준히 진행돼왔던 적폐청산을 두고는 “그 자체가 또 다른 적폐를 낳는 측면이 있다”고 역설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깨뜨려야 한다는 지적에는 대안 마련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이 전 부총리는 “대기업은 적응성 한계 때문에 스스로 부서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그나마 있는 대기업들의 역할까지 없애는 데 사회적 비용을 들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위기를 겪고 우리는 더 강해졌다”며 “지금부터 익숙하지 않은 세상이 오는데 두려워하지 말고 견뎌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