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국면에 놓였던 북미대화가 정상 간 ‘직접 소통’을 계기로 새해 벽두부터 활력을 찾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격적으로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들어 보이며 “김정은으로부터 방금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며 “우리는 정말로 매우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마도 또 하나의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만남을 고대한다”고 트위터에서 밝힌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은 협상의 돌파구를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 시일 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북미 정상의 직접 소통 창구 역할을 한 ‘친서 외교’가 작년 9월 이후 4개월여 만에 재개됐다는 점이다.
두 정상이 ‘확인’한 2차 정상회담 개최 등 북미 대화에 새로운 활력이 될지 주목된다. 친서를 통한 두 정상의 교감은 언론에 확인된 것만 이번이 6번째이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찬사 속에 지지부진하던 북미 대화의 돌파구 역할을 해왔다. 우선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좌초 위기에 처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되살리는 촉매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다음 달에는 한글과 영어로 적힌 김 위원장 친서를 트위터에서 공개하며 “아주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과시했다.
또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자리에서는 양복 안주머니에 있던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직접 꺼내 보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역사적인 편지”라고 의미를 부여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는 극찬을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직접 공개하는 ‘이벤트’를 연출한 것은 북미 협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친서 수령 사실을 공개한 것 역시 동일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정상이 새해 벽두부터 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주고 받으면서 ‘2차 핵 담판’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상 간의 이 같은 소통이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로 이어질지 가늠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상회담을 예비할 실무단위의 접촉과 협상이 실질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지난해 11월 초 뉴욕 고위급 회담은 막판에 갑작스럽게 불발한 후, 두 달 가까이 만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이 전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초적인 실무협상 레베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간의 회담조차 열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북미대화의 속도와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 여부는 고위급 회담 또는 실무회담의 가동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큰 상황에서 고위급 또는 실무급에서 일정한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북미대화가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조바심을 내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은 이 같은 협상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80여년이 흘렀고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회담한 것은 6개월 전 일이다”는 말로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연임을 희망하면서 ‘외교적 레거시’를 만들어 보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핵 해결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았더라면 “아시아에서 엄청난 전쟁이 일어났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3차 대전이 일어날 뻔했다”며 스스로 ‘북핵 성적표’에 후한 점수를 매긴 바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