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전망은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2018년 4·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2조원 중반 수준까지 낮췄다. 역대 최대치였던 직전 분기 영업이익(17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5조원이 적다. 이런 차이는 반도체의 부진에서 기인한다. 실제 애플 실적에서 보듯 스마트폰은 침체 일로에 있고 뜨거웠던 서버 투자도 냉각기에 들어갔다. 메모리의 최대 수요처가 동시에 식고 있는 것이다. 이미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의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자칫 반도체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임원은 “올 1·4분기까지 실적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결국 메모리 반등 시점이 2·4분기부터냐 아니면 하반기로 밀리느냐가 관건인데, 현재 분위기를 보면 안심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반도체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며 “오는 8일 삼성의 잠정 실적 발표가 업황을 가늠할 1차 바로미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스마트폰·PC는 ‘부진’, 서버투자는 ‘숨 고르기’=지난해 반도체 업계에는 “업황이 궁금하면 ‘인터넷 빅4’를 보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그만큼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을 뜻하는 ‘인터넷 빅4’가 정보기술(IT) 공룡답게 서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이 공식도 이제는 시효가 끝났다. 지난해 3·4분기 서버 투자가 5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사업과 관련한 기업의 재고만 해도 5.2주로 상승해 서버 D램 주문 물량이 줄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데이터센터 투자의 숨 고르기 장세”라며 “불황에 따른 투자 연기 등이 맞물려 서버 투자가 2·4분기는 돼야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출하량도 14억5,000만대로 부진했다. 처음으로 역성장(-4%)을 기록했을 정도로 보급은 포화상태고 교체주기도 길어지고 있다. ‘반전 카드’라는 폴더블폰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삼성 등이 폴더블폰을 내놓지만 가격·성능 면에서 소비자가 흡족할지 의문인데다 자칫 실망이 커질 경우 오히려 스마트폰 수요를 더 위축시킬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가격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삼성·SK하이닉스 등 칩 메이커들은 가격 방어를 위해 생산을 줄이고 스마트폰·PC 업체 등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칩 구매를 미루고, 사도 소량으로 매입한다는 것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격 협상 단위가 분기에서 월로 바뀌는 추세”라며 “연간 D램 가격 하락 폭 추정치도 3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 침체 등 매크로 변수 영향력 커질 조짐=최근 발표된 중국의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기준점인 50을 밑돌았다. 2년 6개월 만이다. 제조업이 쪼그라든다는 뜻으로 우리 반도체 기업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12월 초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선언된 90일간의 무역전쟁 휴전이 끝나는 올 3월부터 미국이 중국 수출품에 추가 관세(10%→25%)를 매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수출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업계의 한 실무자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약속이나 한 듯 반도체 수요 전망을 비관적으로 밝히고 있다”며 “매크로 이슈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더 걱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중장기적으로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으로 성장세가 지속 되겠지만 반등 시점은 논란거리”라며 “미국이 노골적으로 중국의 ‘IT 굴기’를 손보면서 투자 수요가 더 관망으로 돌 수 있다”고 짚었다.
◇“4·4분기 영업이익 15~30% 감소”…반도체 매도 이어질 수도=증권가에서는 삼성의 지난해 4·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으로 9조원 안팎을 보고 있다. 직전 분기(13조5,000억원)와 견주면 4조원 남짓 빠진다. 예상치라지만 최근 한 달 새 많게는 2조원 가량이 줄었다. SK하이닉스도 시장 컨센서스가 5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영업이익보다 1조원 적다. 이대로면 삼성은 30%(전 분기 대비) 이상, 하이닉스는 15% 이익이 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