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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국민연금 'sell 삼성전자'…“연기금·기관 매도 시작일뿐"

국민연금 수익률도 마이너스

당분간 보수적 접근 이어갈듯




지난해 5월4일 삼성전자(005930)는 50대1 액면분할 후 재상장했다. 주당 200만원대였던 ‘황제주’는 주당 5만원대로 누구나 살 수 있게 됐다며 ‘국민주’로까지 불렸다. 증권사들도 ‘매수’ 리포트를 쏟아냈다. 기대감에 개미 투자자들은 앞다퉈 투자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3일 삼성전자 주가는 3만7,600원에 마감했다. 52주(1년) 신저가(3만7,450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액면분할 이후 지난해 12월 초까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상위 1위는 삼성전자였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의 매수 상위 1위는 삼성전자였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개인이 떠안은 셈이다.

지난해 기관은 삼성전자 주식 3조5,063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1조3,577억원어치를 매도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기관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 매도 물량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17.28%나 급락했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주가가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을 우려해 처분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배경에는 반도체 시황 악화 전망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CE), 모바일(IM), 반도체 부문과 디스플레이(DS) 부문, 하만 등 총 5개 사업 부문인데 지난해 3·4분기 기준 영업이익의 76.5%를 반도체에서 벌어들였다. 특히 D램으로 대표되는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이다.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스마트폰 보급 증가와 다양한 이동형 저장장치 수요에 힘입어 급증했다. 하지만 메모리 용량이 개선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일상생활 수요를 압도했다. 자연스레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 상태가 됐고 이에 따라 D램 가격은 하락하는 추세다.


당분간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기준 기금운용 수익률이 -0.57%로 1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산별 수익률은 국내 주식이 -16.57%로 유일하게 마이너스였다. 시황이 악화하면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대체투자 등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주력회사지만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당연히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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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움직임은 자산시장에서 벤치마크가 된다. 보수적으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주가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비중을 조금씩 줄여왔다. 1·4분기 9.47%였던 비중은 4·4분기 8.97%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위탁운용기관, 이를 벤치마킹하는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까지 반도체주 매도 행렬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 종목의 주가 약세는 주식시장의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 기관의 반도체주 매도 행진이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증권사들도 대체로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하며 목표주가를 내려 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 중 18곳이 목표가를 낮췄다. 유지한 곳도 2곳뿐이었다. 주가가 빠지면서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19.85%를 기록해 2017년 12월의 22.73% 대비 감소했다. 당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가는 모멘텀에 따라 움직이는데 앞으로 시황이 개선되거나 정부가 부양책을 내는 모멘텀이 없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당분간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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