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 폭로가 민간 금융협회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낙하산 인사’를 받을 준비만 하면 됐는데 신 전 사무관의 폭로 이후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관치 논란을 우려해 몸을 극도로 사리면서 눈치만 봐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후임 원장을 선출해야 하는 민간협회는 저축은행중앙회와 신용정보원 등을 포함해 5곳이나 된다. 특히 저축은행중앙회의 경우 오는 21일까지 후임 회장 선출을 마무리해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0일까지 후보등록을 마쳐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지만 선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앙회 회추위원은 “저축은행 업계는 금융당국의 의중이 실린 인사를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할 계획이지만 (신 전 사무관 폭로 이후) 당국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현재 (후보)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이 더러 있지만 잠재적 후보군에 당국이 원하는 인사가 없을까 봐 되레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과거에는 당국과의 사전 교감하에 특정 인물을 회장으로 추대해왔지만 신 전 사무관의 폭로 이후 관치 논란을 원하지 않는 당국이 선을 긋고 나서면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오히려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에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움직임이 정보전을 방불케 한다는 전언도 있다. 올해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나 중금리 대출금리 인하 압박 등 주요 이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을’의 입장인 저축은행 업계는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낙하산 인사를 더 선호하는 현실적인 측면도 없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여파로 저축은행중앙회 후임 회장 선출 일정 자체가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 내부에서는 이 기회에 낙하산 인사를 기다리기보다 업계와 당국의 입장을 잘 조율할 수 있는 금융권 출신이나 내부 출신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낙하산 인사에 의존해온 데서 벗어나 내부나 금융권에서 유능한 인사를 선출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어낼 것은 얻어내는 협상전략을 구사하도록 하는 게 조직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신용정보원도 민성기 전 원장이 지난해 12월14일 임기만료로 퇴임해 신임 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 올 상반기 중 임기가 끝나는 민간협회는 보험연구원(4월), 여신금융협회(6월), 한국보험대리점협회(6월) 등이 있다. 화재보험협회는 차기 이사장 후보 3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했지만 전원 탈락하고 재공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