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대체로 묵묵부답으로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인사에 불만을 제기한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냐는 질문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짧게 답했다. 다만 행사에 같이 안 온 이유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날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진옥동 차기 은행장 내정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조 회장과 위 행장은 지난달 26일 위 행장이 인사 이후 출근한 첫날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올해 계획에 대해서는 “원(ONE)신한으로 열심히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계열사 CEO 인사와 관련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달 지주사 출범을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새해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 “지주사의 안정적인 체제를 구축하고 필요하면 M&A도 빨리 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관심 있는 M&A 분야나 기업이 있는지, 롯데카드 인수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고 14일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 상세한 답변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올 한해 잘 부탁 드린다”는 말 외에 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19년 만에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KB국민은행의 허인 행장 역시 거듭된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발언을 남기지 않았다. KB국민은행 노조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찬성률이 96.01%에 달해 오는 8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KT&G 사장 교체 시도와 관련해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어려움을 겪게 될 카드업계의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올 한해 어려울 것”이라며 “순이익이 1,000억대 중반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연임 여부에 대해 “잘 해야죠. 글로벌도 키우고”라고 말을 아꼈다. 올해 어떤 부분에 특히 중점을 두느냐는 물음에 “리스크 (관리)”라고만 답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도 리스크 관리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손꼽았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둘러싼 리스크 관리를 핵심 경영 전략으로 제시했다. 국내외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 최근 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해외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행장은 “상반기 중 인도 노이다지점 인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뉴욕 지점의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만큼 중점을 두고 열심히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원·김기혁·손구민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