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경제 행보로 ‘혁신창업’을 택하고 “실패도 두렵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 경쟁력이 악화돼 신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커지자 새해 경제정책 중점 방향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예고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3일 오후 서울스퀘어에 있는 스타트업 육성 업체인 ‘엔피프틴(N15)’을 찾아 “혁신창업의 가장 큰 장애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실패해도 재기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까지 8만여명의 채무를 조정하고 세금 부담을 낮추며 부담금 면제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새해 첫 경제 행보는 단순한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 해의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침체에 빠진 조선업을 격려한 바 있다. 혁신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정부가 전폭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다고 많이 말하는데, 지금도 어렵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며 “경제 활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활발한 혁신창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혁신을 통해 신기술과 신산업을 창출해야만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혁신창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도약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원 방안으로 2020년까지 총 10조원의 모험자본을 조성하고 규제혁신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3D프린터 등 현장에서 각종 혁신제품 시현을 지켜보기도 했다. 류선종 N15 공동대표는 “LG가 직원들을 보내와 저희와 공동개발을 하는데, 궁금해서 LG에 이유를 물어보니 ‘빠른 조직과 같이해야 우리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해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서울 성수동에 있는 수제화 가게도 찾아 새 구두를 맞췄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수제화 산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수제화 산업에 뛰어든 청년 창업자를 격려했다”며 “새해에 새 신발을 신고 국민을 위해 직접 발로 뛰겠다는 메시지”라고 소개했다.
한편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연말연초 대기업 임원을 잇따라 만나는 등 재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27일 삼성전자·LG·SK 임원을 만난 데 이어 이날에도 기업인과 비공개 오찬을 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12월27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주선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3대3 비공개 조찬회동을 했다.
이 자리는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중심축으로 하는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기업계의 의견, 규제혁신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각종 정책에 대한 평가 등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참석한 만큼 재계 지배구조 개편 등과 관련해 밀도 있는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부의장은 3일 페이스북에 “비공개로 사전 조율된 주제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게 좋다는 인식을 공유한 장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부의장의 사표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수리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실장의 기업인 만남은 일상적인 일”이라며 “기업과의 대화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태규·윤홍우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