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는 미국과 중국·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헤게모니’ 싸움이다. 겉으로는 비핵화의 당위성을 운운하지만 내심으로는 자국 이익 극대화라는 노림수가 있다. 비핵화에 대해 미국과 북한·중국이 협상을 벌일 때 한국 입장은 배제하고 기존 북한 핵을 인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자국 영토에 위협이 미치지 않는 선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제한하고 북한과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여 주한미군 감축,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한미동맹을 혈맹이 아니라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안보 불확실성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피루스 왕의 덫’이다.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북한 핵 위협은 상존하고 우리 안보만 되레 무뎌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비핵화 전 경협은 금물이다. 한미동맹의 린치핀을 훼손할 수 있고 남남갈등도 일으킬 수 있다. 경제제재의 틀을 꼼꼼히 짜고 있는 국제사회와도 엇박자를 내게 된다. 해법은 금이 간 한미일 3국 협력체제를 공고히 해 북중러 전선에 맞서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 제재 완화에 대해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반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시각과 해법에서 한미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일관계는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배상, 광개토대왕함 레이더 논란 등으로 악화일로다. 외교에서 상대방에 대한 자비는 없다. 힘이 있을 뿐이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 북한의 전략적 오판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