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최근 유전 질환과 암, 에이즈에만 머물렀던 유전자 치료연구 대상 확대를 권고하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유전자 치료제 연구 현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규제로 해외로 눈을 돌려야만 했던 국내업계는 이번 결정이 국내 연구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17일 제약업계와 식약처 따르면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 관련 임상은 총 70여 건이다. 지난 2003년 바이로메드(084990)가 허혈성 족부궤양 치료제 ‘VMDA3601’로 처음 임상 승인을 받은 이후 매년 2~3건 수준이던 유전자 치료제 승인은 지난 2015년 5건을 시작으로 2016년 9건, 2017년 9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1월에 이미 승인실적이 7건을 넘어섰다.
대표적인 업체는 코오롱생명과학(102940)과 신라젠(215600), 바이로메드 등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는 지난해 7월 유전자치료제로는 국내서 처음으로 승인을 받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억8,400만 달러(약 6,600억원)였던 세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33.3%씩 성장해 오는 2023년에는 44억200만달러(약 5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유전자치료 연구는 비교적 빨리 시작됐다. 덕분에 유전자전달체 및 유전자가위기술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한 토종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규제환경으로 인해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결국 토종업체들은 규제가 덜한 시장을 찾아 외국에서 임상실험 등을 진행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신라젠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지에서 항암 바이러스 기반 유전자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로메드도 미국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 ‘VM202’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족보궤양 치료와 허혈성 지체질환, 루게릭으로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토종업체들의 임상시험이 이미 해외에서 막바지에 들어섰기 때문에 최근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결정이 국내 시장에 적용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큰 호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임상시험에 들어가지 않은 개발 초기단계나 구상 단계의 토종신약에는 호재가 될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사들이 유전자치료제 등을 국내에서 개발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정재균 바이로메드 연구소장은 “유전자치료제는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부분으로, 국내에서 관련 연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그간 해외로 눈을 돌리는데 국내 규제 사정이 어느 정도 작용했지만, 국내 연구 제한이 완화되면 국내 임상과 제품 출시 역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우영탁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