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근로장려금(EITC)의 소득요건이 올해부터 대폭 완화되면서 소득 상위 20~30%인 중산층까지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혜 규모도 저소득층인 1~3분위보다 중산층인 4~8분위에서 더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저소득층의 근로유인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약해지고 세금 퍼주기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근로장려세제 효과성 제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근로장려금 대폭 확대로 총소득 8분위에 속하는 6,111가구에 총 31억9,100만원의 근로장려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8분위 가구가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소득분위는 전체 가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10구간(1~10분위)으로 나눈 지표다. 숫자가 높을수록 고소득층에 해당한다. 8분위는 소득 상위 20~30%에 속하는 가구로 이들의 연평균 소득은 6,164만원이다.
보고서를 쓴 홍우형 한성대 교수는 “자영업자가 속한 가구에서 수급자가 새로 늘어나며 8분위까지 혜택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근로장려금은 연간 총소득인정액이 가구유형별로 2,000~3,600만원 미만이어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300~2,500만원에서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자영업자 등의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총소득인정액을 산출할 때 업종별로 실제 수입의 20~90%만 반영한다. 업종별 조정률 30%를 적용받는 소매업자의 경우 실제 가구소득이 6,000만원이어도 총소득인정액은 1,800만원이어서 근로장려금 지원 대상이 된다.
확대개편에 따른 근로장려금 수혜 효과도 중산층에 집중됐다. 올해 최하위소득계층인 1분위(소득 하위 0~10%)와 2분위(하위 10~20%)는 지난해보다 지급가구 수 1.3배, 총지급액은 각각 2.4배, 2.2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중간소득계층인 5분위는 지급가구 수 9.8배, 지급액은 13.7배 늘어 증가폭이 훨씬 컸다. 7분위도 증가폭이 5.6배, 4.6배에 달했다. 이번 분석은 2017년 EITC 적용 결과를 반영한 재정패널 10차 자료를 토대로 연구진이 2018~2019년 근로장려금 수혜 규모를 추정한 결과다.
홍 교수는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범위를 과도하게 넓히면서 중상위 소득자까지 새로 수혜자가 됐다”며 “조세지출이 커질 뿐 아니라 저임금 근로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근로장려세제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