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정부들이 심각해지고 있는 세계 경제 침체에 무방비 상태라고 데이비드 립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가 경고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립턴 부총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는 세계 경제 침체가 몰고 올 심각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위험하다”며 “지난 2008년 위기 때보다도 준비가 덜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간 중앙은행 통화스와프 등 지원 메커니즘이 손상된 상황이라 각국 정부는 다음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 이의 극복을 위한 재정 또는 통화정책을 쓰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최신 경제전망에서 2018년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3.7%로 제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립턴 부총재는 앞서 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무역갈등이 세계 경제 전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면서 각국의 정책적 결함은 물론 아시아, 특히 중국의 성장둔화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의 성장세가 더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너무 위험한 수준으로 둔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 위축에 대해서도 “아시아뿐 아니라 폭넓게 확대되는 것이 심히 우려된다”고 강조하며 이의 해결을 위해 “각국이 경제를 정상궤도로 유지하고 완충장치를 쌓는 한편 서로 반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FT는 AEA에 참석한 유명 이코노미스트들도 어두운 경제전망으로 기운 투자자들의 분위기 때문에 침체가 가시화할 수 있음을 공감했다고 전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금융시장 분위기는 1929년 대공황 때와 비슷하다”며 “지난 몇 년간 연준의 금리 인상에 잠잠했던 금융시장이 최근 들어 위기가 닥친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