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휩쓴 ‘미투’ 열풍을 타고 올해 전미경제학회에서는 경제성장과 기업 발전에서의 ‘성 평등(Gender Equality)’ 효과가 집중 부각됐다.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6일(현지시간) 폐막한 전미경제학회의 500여개 세션에서 젠더 이슈는 성별에 따른 고용 및 임금 격차, 성 평등 정책 및 교육,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에 따른 가족 문제 등 40개가 넘는 세션을 차지했으며 150여개의 새 논문과 보고서가 봇물을 이뤘다.
경제학자들은 지난 20년에 걸친 여성 권익 신장에도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여전히 부진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시리 테저센 아메리칸대 교수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임원들 가운데 ‘존(John)’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성 수가 전체 여성 임원 수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은 아직도 매우 희귀한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경제자문을 맡고 있는 수전 애시 스탠퍼드대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성차별이 없다고 자부했지만 ‘미투’ 운동 이후 ‘여자와 일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며 “성 평등 논의가 여성 고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제약을 받는 현실임에도 여성 노동력 증대는 양과 질에서 각국의 성장률 제고와 기업 수익 증대에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타 캔 버테이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연구에서 “성 불평등이 낮은 나라는 성 불평등이 높은 나라에 비해 여성 경쟁력이 높은 산업 분야의 생산성이 높다”며 “국내총생산(GDP)이 1.7%가량 늘어나는 등 성 평등이 실제 경제적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오 양밍 독일 괴테대 교수는 중국 상장법인의 이사회 내 성 다양성 현황을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이사회에 유의미한 수준의 여성 참여가 이뤄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곳의 자산수익률(ROA) 격차는 4.8%에 달했다”며 “이는 상장사들의 1년치 평균 수익률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함께 참여한 루 디 괴테대 교수는 “이사회에 2명 이상의 여성이 있을 때 기업 의사 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차기 전미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젠더 이슈를 직접 주도하며 경제학계의 성차별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경제학이 어떻게 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세션에서 여성 경제학자 4명과 정책대안을 모색하며 “연준에 있을 때는 젠더 이슈에서 (내가) 완벽하지 않았다”고 자성한 뒤 “경제학계의 논쟁에는 ‘공격성’이 두드러지곤 하는데 이런 환경이 여성의 진출을 저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 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