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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못할 고통' 다한증·안면홍조, 교감신경차단술로 잡는다

서울성모병원 박재길 교수팀

옆구리쪽 갈비뼈 사이 구멍 뚫어

전기칼로 절단하는 수술법 개발

다한증·안면홍조 호전시키면서

'보상성 다한증' 등 부작용 최소화




손·발·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나 큰 불편을 겪어온 20대 중반 여성 C씨는 지난해 서울성모병원 박재길 흉부외과 교수팀으로부터 교감신경차단술(또는 절단술)을 받았다. 척추를 따라 내려온 척수신경 중 자율신경은 각각의 등뼈(흉추)·허리뼈(요추) 관절에서 좌우로 갈라져 나와 사다리 기둥처럼 수직 방향으로 이어진 교감신경과 연결된다. 1~4번 등뼈에서 갈라져 나온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소통하며 목으로 올라가 얼굴·머리에 영향을 미친다. 박 교수팀은 C씨의 교감신경 중 위에서 세번째 갈비뼈(Rib) 부위에서 전기칼로 잘라주는 수술을 했다. 겨드랑이와 옆구리쪽 갈비뼈 사이 2곳을 0.8㎝가량 절개해 내시경과 전기칼을 집어넣고 한다. C씨의 다한증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졌다. 다한증과 상관 없던 골반부에 전보다 땀이 많이 나는 합병증(보상성 다한증)이 생겼지만 심하지 않아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는 네번째 갈비뼈 부위(R4)에서 교감신경차단술을 했는데 수족다한증 개선 효과가 미흡했다. 박 교수팀도 지난해 초 20대 초반 남성 Y씨에게 R4 교감신경차단술을 했는데 손 다한증은 좋아졌지만 발 다한증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R3 교감신경차단술과 보상성 다한증 방지수술법을 개발해 병행했더니 C씨처럼 수술 효과는 향상되고 보상성 다한증은 크게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다한증·안면홍조증 치료 및 보상성 다한증 최소화 효과

얼굴과 머리에 땀이 많은 두피·안면·상하반신 다한증으로 고생하던 40세 남성 M씨는 지난해 R2 교감신경차단술과 보상성 예방수술 후 증상이 대부분 사라졌다. 다만 음식을 먹을 때 얼굴에 땀이 많이 나는 ‘미각다한증’은 여전하다. 하지만 R2 교감신경차단술만 하는 다른 병원들과 달리 보상성 예방수술 병행으로 상하반신 보상성 다한증과 이로 인한 항콜린제 복용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8년 전 A병원에서 안면다한증으로 R2 교감신경차단술을 받은 뒤 전신에 보상성 다한증이 생긴 40대 중반 남성은 2년 전 교감신경 재건술을 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지난해 박 교수팀으로부터 R3 교감신경차단술과 R5~R11 교감신경을 좌우 엇갈려 차단하는 보상성 다한증 예방수술을 받고 호전됐다.

심한 안면홍조증과 주사(딸기코)로 얼굴이 항상 화끈거려 수년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50대 초반 여성 L씨도 R2 교감신경차단술 및 보상성 다한증 예방수술을 받고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

물론 효과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같은 수술을 받은 30대 중반 남성 S씨는 안면홍조는 개선됐으나 보상성 땀이 조금 있어 만족도는 중간 정도다. 20대 후반 Y씨처럼 홍조는 개선됐지만 상체의 보상성 다한증으로 여전히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확실한 수술법이 없는 실정이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교감신경은 신체가 갑작스럽고 심한 운동, 공포·분노·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고 반응하게 한다.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기관지를 넓혀 도망치거나 싸우는 데 필요한 근육이 큰 힘을 쓸 수 있게 해준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즉 활성화(항진)되면 근육의 세동맥은 확장되고 심장박동수가 증가한다. 피부·소화관 세동맥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하고 피부·위장관 혈액이 뇌·심장·근육으로 집중된다. 또 털이 일어서고 땀이 분비되며 동공 확대, 항문·방광 조임근 수축 등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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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구 결과 5월께 국제학술지, 9월 국제학회에 발표

안면홍조증은 얼굴이 수시로 붉어지고 화끈거려 괴로운 질환이다. 심한 경우 통증이 동반되고 주사로 진행되기도 한다. 백인·성인에게 많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증상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난치성 질환이지만 발병원인·악화요인 등이 밝혀지지 않아 뚜렷한 치료방법도 정립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환자들은 진한 화장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거나 증상 완화를 위해 진정제·항우울제·심장안정제 복용, 안면 레이저 시술을 받기도 한다.

안면홍조증은 자율신경계 중 하나인 교감신경의 병태생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안면에 영향을 미치는 교감신경을 일부 절단해 그 기능을 부분적으로 저하시킴으로써 홍조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를 해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안면홍조가 발생·악화하는 데 있어 교감신경의 역할은 아직 미지수이며 교감신경차단술로 호전되는 정도와 그 이유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양에서 발표된 많은 연구논문은 교감신경차단술의 효과가 85~95%라고 높게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완치가 아니라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된 증례를 의미한다.

박 교수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평소 땀이 많이 나지 않던 가슴·하반신 등의 부위에서 땀이 과도하게 나오는 보상성 다한증이 발생한다”며 “따라서 안면홍조증이나 다한증을 개선하고 보상성 다한증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는 교감신경차단술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팀은 지난 1년간 41명의 안면홍조증 수술을 했는데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일이다. 보상성 다한증이 두려워 수술을 꺼리는 의사와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수술을 집중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안면홍조증 수술에 대한 반응과 효과, 합병증 그리고 수술에서 개선할 점 등을 상당수 알아냈다”며 “관련 임상연구 내용을 오는 5월께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고 9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국제교감신경외과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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