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이 나라 어느 나라?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어느 나라의 얘기일까. 지난 1948년에 건국했고 석유가 나지 않고 다른 지하자원도 거의 없다. 우수한 인적 자원밖에 믿을 게 없다. 대졸자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늘 전쟁의 위험에 시달린다.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높고 과학기술 강국이다.

이 나라는 대한민국인가. 아니다. 이곳은 인구 약 900만명에 유인우주선을 발사한 항공우주 선진국이고 나스닥 상장기업이 중국 다음으로 많다. 1948년 건국 당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지만 올해 국민소득은 4만2,000달러로 예상되는 부자 나라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자원도 없고 전쟁위협에 시달리던 이스라엘은 1960년을 전후해 항공우주 기술과 핵시설을 통해 전쟁 억지력을 확보했다. 그리고 정보기술(IT)·바이오·나노 등 첨단 과학기술의 요람 텔아비브를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손꼽히는 창업생태계로 변신시켰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5년간 운용된 요즈마펀드는 민간 벤처캐피털 시장의 규모를 초기 2,700만달러에서 1998년 6억5,300만달러로 24배나 성장시켰다.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출시한 제품과 기술은 USB, 혈관 속 카메라, GPS, 자율주행시스템 등이다.

관련기사



황무지에서 창업국가로의 전환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는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다는 부족함이 도전이자 축복이었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씨앗을 오래 저장하는 기술을 발전시켰고 ‘방울토마토’ 개발로 연결됐다. 미래를 보고 과학기술에 투자했다. 항공우주·원자력·IT·바이오 등 첨단기술에서 앞서 나갔다. 동시에 글로벌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 1974년 인텔의 연구개발센터를 이스라엘에 유치했고 해외의 벤처캐피털을 요즈마펀드에 끌어들일 수 있었다.

한국경제의 핵심 과제는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고, 도전과 재도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창업국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는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벤처 창업으로 극복했던 경험을 갖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생 창업률은 0.8%로서 선진국(1.6%)의 절반, 중국(3%)의 4분의1에 그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기술력을 갖춘 기회형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줘야 한다. 기술평가를 통한 기술금융의 활성화, 투자 중심의 금융지원, 벤처기업 M&A 활성화, 실패 후의 신속한 재기 지원, 사회안전망 강화 등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결국, 과감한 도전에 대한 보상과 가치를 크게 높여주면 된다. “거침없이 상상하라. 내일의 지식을 선점하라. 첨단 기술강국의 이미지를 구축하라”고 했던 페레스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